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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Sep 13. 2015

노래를 부르는 그녀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이소라 콘서트 후기

이 글은 2014년 6월 19일부터 29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진행된 이소라의 콘서트에 대한 후기이다. 나는 6월 27일의 공연을 본 것으로 기억한다. 이소라의 라이브는 GMF에서 본 적이 있지만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어떤 의미에선 다신 겪지 못할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공연을 보고 온 새벽에 무작정 적어낸 것이다.


 처음 이소라의 8집을 들었을 때, 곡 안에서 편곡과 그녀의 목소리가 불균질 하다고 느껴지는 점이 매우 의아하다고 생각했었다. 앨범을 몇 번씩 들으며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이 공연을 예매한 것도 어쩌면 이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2시간 남짓이었다. 대부분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해당 뮤지션의 곡이 공연장에 흘러나오는데, 이소라의 공연장에는 다른 해외 뮤지션의 곡이 공연장을 메우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8집 수록곡의 제목과 가사를 이렇게 보여줬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8집의 곡들을 부르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겠다. 1부는 무난했다. 내가 '이소라'라는 뮤지션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귓가에 맴돌 그런 곡들이 채워졌다. 딱 예상대로 좋았고 기대만큼만 마음을 울렸다. 종종 딴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8집의 곡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실 공연을 보는 내내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무대에 등장한 후로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곡이 끝났고, 관객들이 박수를 쳤고, 침묵 속에서 다시 곡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관객들의 박수가 미처 끝나기 전에 곡이 시작되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 그녀는 무대 한 가운데 준비된 의자에 앉아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관객들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가끔 얼굴을 매만졌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는 와중에 8집의 곡들 시작된 것이다.


 여전히 편곡과 그녀의 목소리는 불균질 했다. 하지만 음원으로 들었을 때의 의아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내 눈에 그녀는 음악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 화려한 조명과 세션들의 움직임을 뒤에 두고 그녀는 그저 힘겹게 노래를 ‘토해내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저주에 걸려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것처럼. 그러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고 애처롭게 느껴져 8집의 곡들이 이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러는 와중에 <흘러 the through the night>가 시작됐다. 그러자 묘하게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도 절대 곡 자체에 그녀의 목소리가 먹혀버리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조금씩 여유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강한 연주에 먹히지 않기 위해 겨우 노래를 토해내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곡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소라라는 뮤지션이 음악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건가?’

<난 별>의 경우 손글씨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마지막 두곡을 남기고 그녀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TV에서 봤던 모습처럼 조금 푼수 같기도 한 말투였다. 그녀는 “졸리다”고 했다. "앨범을 내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연을 3일 앞두고도 잠만 잤다"고 했다. "벌레가 당시 자신의 상태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디어 클라우드의 나인과 용린을 초대했다고 했다. 무대 위로 그들을 올렸고 나인이 디어클라우드의 곡을 불렀다. 이때까지도 나의 머릿속에는 ‘왜 그녀는 노래를 부를까. 왜 공연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으로 가득했다.


  나인과 용린이 무대 아래로 내려간 뒤 이소라가 다시 의자에 앉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또 앨범을 내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자신의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앨범이 나오길 바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 역시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앨범을 들어보니 이 앨범을 만들 때의 자신의 그대로 담겨있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예전 음악이 더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도 언젠간 예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계속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고 음악을 들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나의 의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앞서 내가 했던 ‘나는 지금 이소라라는 뮤지션이 음악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점차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뮤지션이 앨범에 자신을 담겠지만 이소라의 8집만큼 이 과정이 지독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이번 앨범을 만들며 그녀의 마음속에 음악에 대한 양가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감정이 이번 앨범, 그리고 공연의 스타일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러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저 그녀의 컨디션이 너무 나빴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의 공연시간 동안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 어떤 의미로는 행복함이 느껴진 순간은 오직 자신의 음악을 듣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였다. 그래서였을까? 공연이 끝난 후 그녀의 이번 앨범을 구입했다. 그녀가 음악 하는 것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덧 하나.

 setlist에 정해져 있던 마지막 두곡을 끝마치고 막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대 위에 있었다. 다시 막이 올랐다. 서울에서만 공연을 하는 자신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팬들에게 대해서  이야기했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모아서 온다는 중고등학생 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한통의 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오늘, 6월 27일에 공연을 보러 올 테니 <아멘>을 꼭 불러달라는 내용이었단다. 몰랐다면 모를까, 편지를 받았으니 불러야 한다며 <아멘>을 부르고 난 뒤 관객석을 향해 깊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그렇게 그녀는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덧 둘.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는 처음 갔었는데 공연 내내 환풍기인지 에어컨인지 pan 같은 것이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이 공연장에선 원래 이런 소리가 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앞으론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하는 공연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setlist

처음 느낌 그대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제발

바람이 분다

track 3, 4, 5


나 focus

좀 멈춰라 사랑아

흘러

넌 날

너는 나의

운 듯

track 9

난 별

아멘 (앵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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