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결산
점점 단독공연을 관람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확실히 페스티벌과는 달리 뮤지션의 개성이 더 잘 느껴지며 밀도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그러다보니 짧은 라이브를 보고 반해서 단독공연을 본 경우 별로였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셋리스트, 관객의 반응 및 매너, 사운드 세팅까지 신경쓰이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라이브 실력이 좋다고 좋은 공연인건 아니더라. (물론 어떤 공연은 그 라이브가 넘사벽 수준으로 강해서 다 씹어먹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면 TOE)
여튼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이벤트 공연까지 포함해서 올해 본 것들을 정리하고 그 중 5개만 뽑아봤다. 웃긴건, 기껏 올해의 공연을 뽑아보니 정서적으로 최고를 찍힌 순간이 있으면 그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더라. 그런 의미에서 공연의 완성도도 있지만 나에게 인상적인 기억을 남겨준 공연이라고 해두자.
방백, 새해의 포크 (강아솔, 이영훈), BON IVER, 잠비나이, 룸 306, MOT, 방백 (벨로주/배캠 당첨), 단편선과 선원들, 음탕 (정민아, 신승은), M83, 서울재즈페스티벌, TOE,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NOW 2016 프리뷰 (텔레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MUTO, 김정미 NOW2016, 슈프림 (김사월 트램폴린), 뮤콘 (최고은, 단선원, 바버렛츠, 선우정아, 뷰렛), 재미공작소 (단선원, ECE), 실리카겔, 파라솔, 선우정아, 시규어로스, YO LA TENGO, 이랑, 강이채 , BE KIND RE-SPIN 2016
2016년의 공연 다섯 개
올해 펜타포트까지 포함해서 어쩌다보니 단선원 라이브를 4번인가 본 것 같은데 대체로 다 좋았다. 사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땐 2집 발매공연이 제일 좋은데 이상하게 나는 재미공작소에서 봤던 1시간 가량의 라이브가 정말 좋았다. 단편선도 말했었지만 페스티벌에서의 한계로 인해서 나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날 재미공작소에서는 간만에 그들의 긴 호흡을 가진 곡을 정말 토해내듯 부르는게 느껴져서 조금 감격적이기까지 했다.
올해 첫 공연이었는데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보통 경력이 짧거나 공연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뮤지션들이 셋리스트를 엉망으로 짜는 경우가 있어서 보고나면 ‘그래서 뭘 들려주고 싶었던거지’ 싶을 때가 있는데, 이건 그야말로 연륜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달까. 뛰어난 뮤지션들과 좋은 곡, 좋은 사운드와 좋은 관객까지 흠잡을데가 없는 공연이었다. 트리키 네코의 오프닝 무대는 쫌 의아했지만.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반짝거리면서 폭발하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라이브 너무 좋았고 “우리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볼거야!!!” 하는게 완전 느껴졌고, 실제로 그랬지만 걔네 하고 싶은거 다 하는게 너무 좋았다. 앞으로 정말 잘되고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공연보러 가기 전에는 지난 앨범 (Hurry Up, We're Dreaming)을 훨씬 좋아했었는데 공연보고 이번 앨범에 완전 빠졌다. 딴 것보다 올해 내가 공연에서 느낀 환희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밀도가 높았다. M83의 이번 앨범을 들으면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플라잉 로터스의 경우는 “플라잉 로터스 공연가 완전 짱이어서 이 아찔함을 마침 연락이 온 이현우 형한테 설명해줄라는데 공연은 잘 모르겠고 그냥 내 흥분만 전해졌다고 한다. 지금 이 감정도 휘발되기 전에 뭐라도 써보라기에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부어본다.”로 시작되는 페북 게시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https://www.facebook.com/823812197692464/posts/1082087798531568
특별언급 몇가지
YO LA TENGO는 명성이 워낙 자자했지만 라이브는 이번에 처음 봤다. 어쿠스틱한 셋리스트의 1부, 보다 락킹한 셋리스트의 2부로 진행되었고 둘다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론 뭉실뭉실 공기중으로 떠다니는 느낌을 받았던 1부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2016년에 들었던 수많은 앨범들 중에서 몇 개만 뽑는다면 아마 이랑의 <신의 놀이>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한국에서 테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개인에 대한 음악이자 현재 한국에 대한 음악일 것이다. 단독공연은 처음인데 다른 곡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와 <평범한 사람>, <가족을 찾아서>의 가사가 확 와닿아서 조금 눈물이 났다.
김정미라는 뮤지션은 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의 엔딩크레딧에 삽입됐던 <햇님>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데뷔 45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트리뷰트 페스티벌은 라인업, 공간, 음악 모두 처음 느껴본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을지로의 멋진 공간인 신도시에 열린 이 파티는 " 봄비노 레코드가 국내외 DJ, 프로듀서, 뮤지션들에게 그들이 한 해동안 즐겨 들었거나 클럽, 공연장에서 플레이했던 음악에 관해 물어"본 결과로 진행되었고 덕분에 나는 2016년을 흥청망청 흐느적 거리면서 잘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이 가기전에 말로만 듣던 CONG VU의 스엠와장창을 듣고 모두와 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떼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