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가 좋다

2018년, 내가 사랑한 치앙마이의 모습들

by 나해

2018년 치앙마이에서 했던 메모들 모음


IMG_20180726_142445.jpg 사실 이 사진은 치앙마이가 아니라 빠이라는 다른 지역이지만, 글에서 말하는 식당의 분위기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치앙마이 올드시티에는 안팎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가 많다. 바깥 공기를 차단하는 벽이 없거나, 문이 있어도 열어 놓는다. 당연히 그런 곳들은 에어컨도 안 틀고 선풍기만 튼다. 노상 테이블도 많다. 인공적이고 기후 망치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 보다 미지근하고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바람이 좋다. 님만해민 쪽에 가면 에어컨 빵빵하고 세련된 카페들이 많은데 너무 춥고 비싸다. 올드시티가 짱이다.

지금 있는 숙소도 에어컨 없다길래 선택했다. 특히 여럿이 한 공간을 쓸 때 에어컨 끄지도 못하고 추워서 병걸리기 넘 싫거든….


썽태우라고 불리는 교통수단이 있다. 짐칸에 승객들이 탈 수 있게 개조한 픽업 트럭. 지붕만 있고 양 옆과 입구는 뚫려 있기 때문에, 이걸 타고 있다가 비가 오면 비를 다 맞게 된다.

우기라서 비가 하도 많이 오니까 비와 모기기피제와 내가 하나된 느낌이다. 비에 젖은 자전거 안장에 그냥 앉고 비를 맞고 다닌다. 어차피 젖을 거.


이곳 숙소들은 한국처럼 문을 꽁꽁 잠그지 않는다. 아예 안 잠그거나, (한국 기준으로 보면) 허술하게 잠근다. 한국에서 자취방 구할 때도 생각했던 건데, 방범장치를 많이, 철저하게 한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방범이 유지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범죄자는 언제나 그걸 뚫는 방법을 알아내기 때문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랄까?

물론 나도 자취방 구할 때 방범을 1순위로 생각하긴 했다. 벽을 타고 침입하기 어려운 고층, 으슥하지 않은 대로변, 방범창을 비롯한 다양한 방범장치들…. 그런 걸 알아볼 때마다 결국 ‘나 대신 이 방범장치가 없는 사람을 타겟으로 해라!’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가 이 방범장치를 기본으로 갖고 있게 될 때쯤이면 그것을 뚫는 방법도 알려져서 더이상 소용이 없게 되겠지. 그럼 우리는 또 새로 개발된 장치를 사고, 점점 우리를 꽁꽁 잠그고, 불이 나도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죽어도 몇달 뒤에나 발견될 수도 있다.

내가 본 태국인들은 현시대 한국인 기준으로는 허술해보이는 잠금장치나 나무 문 가지고도 자신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몇십 년간 안전하게 살았다. 태국에 범죄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더 많이 걸어잠근다는 것은 더 불안하다는 뜻이며 사실 그것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진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철통 보안을 갖춘 공간보다는 철통 보안 안 해도 되는 사회를 갖고 싶다.
길거리에 개가 많이 돌아다닌다. 주인이 따로 없는 개가 대부분이다. 태국인들은 개가 식당이나 가게 안으로 들어와도 내쫓지 않고, 물과 먹을 것을 주며 마음껏 쉬어가게 한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자주 갔던 식당에도 개가 자주 찾아왔다. 개가 오면 식당 주인은 익숙한 듯 밥그릇에 밥을 담아 내왔다.

길거리나 식당, 가게에서 돌아다니거나 바닥에 누워 있는 개들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귀엽다고 함부로 쓰다듬지도 내쫓지도 않는다.

태국인들은 인간이 전생에 잘못을 하면 개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개를 천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내에 벌레와 작은 도마뱀이 많다. 여기 사람들이 벌레를 아예 안 죽이거나 안 내쫓는 건 아닌데 한국에 비해 모든 벌레를 박멸 살균해버리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느꼈다. 벌레는 이곳의 일부로 존재한다.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벌레가 인간의 공간을 침입한 것처럼 마음대로 죽이는 장면이 언제부턴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곳곳에 공기살균기가 화학 물질을 뿜어대는 게 싫었다. 하루에 스무 방 넘게 모기에 물리더라도 이곳의 환경이 훨씬 마음 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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