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흔히들 말하는 도플갱어라는 말이 있죠? 나와 똑같은 생김새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 도플갱어를 마주치게 되면 서로를 보는 즉시 목숨을 잃게 된다는 그런 사실인지, 전설인지 모를 이야기도 있죠. 이 세상에는 생김새로는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을 만큼 닮은 일란성쌍둥이들도 많습니다. 외모가 닮은만큼 성격도 닮아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누군가와 있는 그대로 복제가 된 것처럼, 모든 부분이 똑같은 경우는 없죠. 한 배에서 나온 일란성쌍둥이라고 할지라도, 두 사람이 성격과 외모가 아무리 비슷할지라도, 단 한 부분이라도 다르다면 둘은 다른 사람입니다. 아무리 비슷한 것이 많다고 할지라도 단 하나라도 다르면 그것은 다른 사람입니다. 비슷한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서 서로를 아무리 따라 하려고 애써도 각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이죠.
우리는 모두가 같아지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평생 모든 걸 희생하고 전력을 다해서 그것을 쟁취해 내라는 메시지를 듣기 어렵지 않을 만큼 오늘날 사회에 꽤 팽배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남들보다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학교를 가야 한다고, 스펙을 쌓아서 이름이 잘 알려진 직장에 가야 한다고,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듣습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그래야지 편안하고 행복하니까….’라는 답을 하고는 하죠. 그 대답만으로 발걸음을 옮기기에는 공허한 내 마음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가면 커갈수록 내 마음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으로 인해서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더더욱 텅 비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주하고 빠르게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쉼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공장 속. 고장이 나지 않는 이상 오차 없이 굴러가는 사회라는 기계를 통해 내 겉모습은 번지르르한 멋진 제품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내실은 전혀 그렇지 않도록 안이 점점 비어 가는 내 모습. 이제는 화려하게 꾸며진 겉모습 외에는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 언젠가 알려주었던 것을 따라서 최선을 다해 날 화려하게 치장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우러러보는데, 정작 나는 공허한 마음이 듭니다. 점점 더 내가 걷는 길에 대해서 확신도 없어지고요. 어렸을 적엔 반짝이는 별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지금 나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같이 화려하지만 아무런 개성도, 다른 이들과 별다른 차이점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아니면 나의 특별함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남들과 비교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비교의 불행한 점 중 하나는, 나와 비교하는 대상 중 하나는 꼭 깎아내려져야지 끝난다는 것입니다. 두쪽이 모두 윈윈 하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깎아내려서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나를 깎아내려서 남보다 내가 못한 사람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는 꼭 모든 비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나타납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불안감 때문에 비교가 시작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상황이 계속 엎치락뒤치락 될 정도로 스펙이 비슷한 비교의 대상을 만나게 되면, 나는 더 불행해집니다. 내가 학벌은 조금 나은 것 같은데, 내 연봉은 저 사람보다 낮아. 내 외모는 저 사람보다 더 예쁜데, 내 애인은 저 사람의 애인보다 능력이 약하네. 이런 유치해 보이는 비교는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되거나 내 생각이 뜯어고쳐지기 전에는 계속됩니다. 한순간은 내가 가진 것으로 그 사람을 짓밟았다는 엄청난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가도, 내가 짓밟힐 때는 그때 느꼈던 승리감보다 더한 자괴감이 찾아옵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타는, 하루 종일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를 반복하는 시소를 타는 것 같은 모양. 높은 정점을 찍는다고 해도 위태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자존심 싸움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독기를 품고서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비교로 인해서 생기는 질투의 감정은 온갖 미운 감정들을 내 안에서 끌어내서, 내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판단력을 해치기도 합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런 시기 어린 질투가 묻어 나오는 싸움을 구경하다 보면 둘 다 미련하다는 결론이 들지만, 막상 그 싸움에 내가 휘말리게 되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고서 추한 모습으로 바닥에서 뒹굴기 마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동화가 되면 될수록 내 스펙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능력 있고, 더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쉼 없이 치고 올라옵니다. 내가 화려하게 치장한 겉모습이 그렇게 초라한 편은 아닌데, 찍어낸지 조금 된 제품이 되다 보니, 나는 예전만큼 새것 같지 않고, 빛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해도, 나는 요즘 나오는 신제품들과는 달리 조금 촌스러운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데,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도 더 이상 모르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움은 더해집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알아가기보다는 내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향해서만 시선을 두다 보니 결국 텅 빈 것 같은 마음은 더 텅 빈 느낌이 듭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에 차여도 아무 말할 수 없는 빈 깡통처럼요.
어느 연예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방송에서 나이가 꽤 지긋한 진행자가 지나가는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고 했고, 그 옆에 있던 한 여자 연예인이 다음으로 같은 아이에게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두 연예인 중 누군가 틀린 말을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분 모두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말을 했겠지요. 그 장면을 본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이 세상에서 큰일을 해낼 특별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한창 쑥쑥 자라나고 있는 꿈나무에게는 그 여자 연예인의 말이 ‘너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어’라는 내포 한다고 생각하고 상처 입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해일 것입니다. 그 말인즉슨, 그 아이 존재 자체로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기에 더 이상 화려해 보이기 위해서 과한 겉치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 모두가 특별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면, 역으로 ‘아무나 돼’라는 말에는 너는 애쓰지 않아도 이미 특별하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으로 빛나기 위해서 평생 노력을 합니다. 한 계단이라도 더 앞서고, 더 올라서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서 우리는 기를 쓰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내가 성취한 어떠한 조건으로 인해서 내가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믿게 되면, 가끔씩 이해가 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내 인생에 펼쳐져서 내가 열심히 한 계단씩 오르던 층계참 밑으로 굴러 떨어져 버리면, 우리는 좌절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빗나갔다고 해도, 주변에서 자신만의 잣대로 나를 평가한다 할지라도 이 세상에 나는 나뿐이고, 완전히 똑같은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매뉴얼을 따라 똑같이 찍어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라, 하나하나 특별하게 빚어진 존재입니다. 수많은 우연이 만나 우리의 부모님과 그 위의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 만들어진 사랑의 결실이며, 아무런 이유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그런 소중한 존재입니다.
때로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 때문에 그 생각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사랑을 느끼고,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 그런 대단한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으로서,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으로서 어깨를 펴고 자부심을 조금 가져봅시다. 내가 이 우주의 먼지 밖에 안 되어 보일지라도, 내가 없다면 이 세상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라진다면, 내가 보고, 만지고, 겪고 있는 이 세상도 모두 사라지겠지요. 각자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니까, 우리 오늘을 한번 더 살아봅시다. 누가 뭐래도 당신은 단 하나뿐이라서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해서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