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평가에 고개가 숙여질 때

내 노력이 부정당했을 때

by 랑끗


오늘 누군가로부터 내 인생에 대해, 내가 힘겹게 이뤄놓은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들었나요.

아니, 평가라기보다 판단이나 비하에 가까운 말을 들었나요.

그럴 때면 여태 살아온 내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한 것이라고는 힘이 빠지는 몸에 자꾸 힘을 내자고 주문을 걸면서 힘겹게 걸어온 것 밖에 없는데. 온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음박질하지 못한 내가 마치 죄인처럼 여겨집니다.

더더욱 괴로운 것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나입니다. 나 스스로가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달려온 줄 알면서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땅만 바라보게 되는 나. 설령 열심히 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실수했다 할지라도 이건 나름의 최선이었던 것 같은데, 당당하게 말하지 못해 더 속상합니다.

대학이나 직장 이름, 연봉, 아니면 성적으로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찍혀버린 것 같은 화끈거리는 느낌에 그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더 밑으로 숙이죠. 아니면, 그것 하나만으로 칭송받는 게 이상해서 감추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당신과 당신의 삶은 그 한 가지로만 판단받을 수 없어요. 그것은 다채로운 당신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색 중 하나일 뿐이에요. 수만 가지 색 중에 하나.

어떤 사람이 수만 가지의 면이 있는 당신의 단 한 면만 보고 당신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면, 당신은 속에서 그것을 당당하게 거절해요. 당신에게는 당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결정권이 있어요. 그건 말을 한 그 사람도 빼앗을 수 없죠.

한 면만 있는 것을 한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만, 당신은 한 면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니까요. 당신에게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어요.

여러 가지 면이 있는 것을, 한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편견이라고 하고 선입견이라고도 하지요. 당신의 모든 면을 직접 겪어 보고 사실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몇 가지만 보고 서둘러 단정 지어 버리고 그 단정으로부터 나온 것을 그대로 당신에게 씌워버리고 그것만 보니까요.

그 사람의 편견이나 선입견은 당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해요. 그것은 그 사람 눈에 씌워진 색안경일 뿐. 그 사람이 당신의 눈에도 씌워주려고 한다면 당당하게 거절해 버려요.

나는 당신이 보기로 선택한 색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라고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난 후 마치 길을 잘 가다가 아무 이유 없이 엉덩이를 한대 걷어 차인 것처럼 어이가 없겠지만, 울컥해서 반격하기보다는 그냥 여유롭게 웃어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건 웃어넘길 수 있는 헛소리일뿐더러, 그런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받아쳐봤자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뭐, 그래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다면 한번 해봐도 괜찮아요. 먼저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밟았는데, 나를 방어하기 위해 잠시 으르렁 거리는 것 정도는 애교처럼 보일 것 같아요.

나의 삶의 걸음마다 담겼던 노력과 아픔도 모르면서, 아니 내가 노력했던 사실조차 모르면서 내가 이뤄놓은 것을 폄하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요. 우리 그 사람이 나를 그냥 스치고 지나가도록 놓아줘요. 가슴속에 그 못난 사람을 안고서 끙끙 앓지 말고요.

물론 때로는 상대방이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내 안에 있는 열등감 때문에 어떤 말을 듣고 무언가에 덴 것처럼 움찔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사람은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런 그 사람을 보며 배가 아파서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쿨병 걸린 것처럼 내 질투를 인정하고 그 사람이 이뤄놓은 것에 대해 박수를 쳐줘야지, 꿈틀거리거나 짖어대면 안 돼요.

우리 최소한의 자존심은 챙겨야죠.

아무쪼록 가만히 있는데 날벼락처럼 떨어진 그 사람의 말, 담아두지 말아요. 좋은 사람들이 해주는 말만 담기도 내 안에 자리가 부족하니까요.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문득 다시 떠오르면 이상한 소리라고 웃어넘길 수 있으면 웃어넘기고, 그게 안 된다면 그 사람은 색안경을 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려요.

그걸로도 화가 안 풀린다면 살짝 욕해주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기에, 오래 담아둘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쓸데없는 말이에요.

삶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원동력이 열등감이나, 열등감을 유발한 사람에 대한 원망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원하고 결정한 것이기에라는 이유가 되기를. 타인으로 결정된 열심히나 노력은, 이뤄내도 결국 타인에게 그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아픔이 될 수도 있기에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내가 내 노력을 잘 알고, 내 성실함을 가장 잘 아니까. 내가 그에 대한 가장 좋은 판단을 내리고, 인정을 해줄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힘내요.

힘내는 게 아직 버겁다면, 일단 등을 꼿꼿이 펴고, 처진 어깨 올리고, 그리고 땅만 보던 고개 다시 들어요. 당신은 당신의 삶에 대해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습니다. 삶을 걸어오는 동안 당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게 아니니까요.

내가 몇 개의 스펙을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말고, 내가 직접 일궈서 이뤄놓은 수많은 것들에 초점을 맞춰요. 그리고 인생 길어요. 앞으로 이뤄가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아요. 인생 모르는 거예요.

내 노력을 짓밟은 사람들이 어떤 방면에서는 나보다 탁월할 지라도, 나는 그들보다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게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내가 나이 쉰에 대박이 터질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일 년 후에 쪽박을 차고 있을지 어떻게 아나요?

내가 오늘 당신을 위해 바라는 것은, 그 사람의 색안경 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자유롭게 당신의 길을 걷고 당신만의 싸움을 싸워내기를 기도해요.

누가 뭐래도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당신은 이 인생, 잘 살아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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