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힘들죠?
오늘 유독 사람에 대한 섭섭함이 느껴지나요?
예전 같지 않은 관계에, 나만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지쳤죠.
아니면 변한 그 사람이 원망스럽죠.
그것도 아니라면 조금 변한 나를 받아주지 않는 그 사람이 야속하죠.
어두운 방 안에 혼자 누워 생각하다 보면, 추억 속에 아름다운 기억에 젖어 뭉클하기도 하고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관계가 속상해서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해요. 나만 이 관계를 위해서 아등바등 애썼나 싶으면서, 여태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만행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죠. 나만 붙들고 있는 이 관계에 저 사람은 한치의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니면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저 사람은 나를 유독 나쁜 사람으로만 몰아가는지. 왜 저리 찬바람 쌩쌩 불도록 매몰차게 구는지. 참 알 수가 없는 세상살이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죽고 못 사는 사이였는데.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딱 아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각자 갈길을 가고, 누군가 하나 죽어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니면 그 사람이 내 눈빛을 알아차리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걸까요?
그 사람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리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거의 내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얻었던 안정감과 나의 편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합니다. 다시 잘해보고 싶은데, 그 사람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이미 노력을 할 대로 했던 나는 더 이상 노력할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관계는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거겠지요. 내가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관계로 되어버렸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아니면 내가 무엇을 고쳐볼 수 있을까?라는 수많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내가 마더 테레사 같은 인물로 환골탈태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래서 놓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머리에서 정리한 만큼, 가슴에서는 쉽사리 되지 않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이 정도까지 생각이 닿으면, 그 사람을 놓아줘야겠다, 그 사람의 안녕을 빌어주며 보내주어야겠다는 쿨한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붙잡으려고 애써봤자, 나를 떠나서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은 마치 뜬구름처럼 허상 같아서 잡힐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리 잡으려 노력해도 잡을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리고 내게서 마음이 뜬 그 사람에게 자존심 센 사람으로 기억된다 할지라도, 적어도 초라한 사람으로 기억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쯤 생각의 전환을 한번 해보도록 해요.
우리는 오늘 우리 인생의 수많은 것들 중 1을 잃었습니다. 물론 체감상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허하고, 죽도록 아플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 손에 가진 모든 것 중, 1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영원한 내편도, 적도 없다는 사실을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며 배웠습니다. 무언가 잃기도 했지만, 또 동시에 무언가 배우기도 했습니다.
당장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잃고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요.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한마디만 던질게요. 시간이 약이 되어줄 거예요. 이것도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말이지만. 내일을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이 뻔한 말로 덮어버리고 하루하루 견뎌본 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이날을 되돌아본다면 웃는 날도 있을 거예요. 당신은 그토록 강한 힘을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게 인생의 값진 레슨이라며 이 쓴맛과 고통이 가득한 경험을 굳이 과대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고귀하고 거창한 생각이 없더라도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견디며 하루하루 살다 보면 당신은 어느샌가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그리고 너무 내편만 신경 쓰다가, 내편을 잃어본 후, 내편이 아니었던 사람들 중에 나를 향해서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다 보면 사람들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 거예요. 옛날 말처럼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떤 사람만 유난스럽게 배척할 필요도, 어떤 사람에게만 유난스럽게 내속을 모두 보여줘야 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별로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길 줄도 알게 되고, 또 이 사람 없으면 죽을 것 같다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초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당신은 관계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감정의 풍파에 덜 요동하는,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겠지요.
당신이 그 사람에게 엄청난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떠나간 것이라면, 그 사람이 떠나고 또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와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깜깜한 밤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검은 밤하늘 곳곳에 별이 반짝이듯이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나타나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할 거예요.
너무 상처 받아서 만나는 다음 사람에게 고슴도치처럼 웅크리며 가시만 내보여줄 필요 없어요. 그 사람에게 너무 모든 걸 열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감추고 으르렁 거릴 필요도 없어요. 그저 우주에 떠도는 어느 행성처럼 잔잔하게 맴돌며 그 사람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다가가도 돼요. 무작정 새로운 사람을 내칠 필요도 없고요.
떠나간 그 사람의 가치관과 내 가치관이 맞는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태연해져 봐요.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라고.
또 무조건 당신이 틀려서 이 관계를 망쳐버렸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관계는 쌍방으로 이뤄지는 거니까 절대로 일방적일 수는 없죠. 일방적이라면 그것은 두 사람이 공을 들여서 맺는 관계가 아니라 동경일 뿐이요, 짝사랑일 뿐입니다. 분명 그 사람도 관계에 대해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배운 것 없이 태어나서, 이 인생을 직접 겪으면서 배워가는 과정인데 완벽할 수가 있나요?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선택을 하는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요. 당신만 미숙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래요.
쿨병 걸렸냐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정신승리라도 한번 해볼까요? 그 사람도 나쁘지 않고, 나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그저 다른 두 사람일 뿐이라고. 떠나간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소녀 캔디처럼 그 사람의 안녕을 빌어줘 봐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떠나가는 그 사람을 내 마음으로부터 놓아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마음속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자유를 얻을 거예요.
존재만으로 멋진 사람, 바로 당신.
당신은 지금 조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지나고 있지만, 언젠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도로를 만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 또 비포장 도로를 만난다면, 그때쯤이면 또 그 상황에 대비해서 오프로드 차를 몰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겠죠? 그렇지 않다면, 또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며 느껴지는 불편함에서 비롯되는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느끼면 되는 거고요.
앞으로 펼쳐지게 될 길이 아무리 울퉁불퉁할 지라도,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다가오는 폭풍우에도, 다가오는 상처에도. 당신은 언젠가 초연히 웃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잠시나마 이 글을 읽느라 그 사람에 대한 생각, 아픔의 고통을 잊으셨나요?
다행이에요. 잠시나마 당신이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합니다. 절대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깐이나마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 멎고, 한숨을 돌릴 여유가 조금은 생겼네요.
다행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도 너무 수고 많았고, 당신이 오늘 단잠을 자고 내일 또 하루를 견디기를 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