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를 때

외면하고 싶은 나를 마주할 때

by 랑끗

그런 날이 있죠.

평소 같았으면 픽 웃고 넘겨버릴 일인데,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날.

누군가가 어깨로 내 어깨를 실수로 툭 치고 간 것처럼 경미한 자극과 같은 말에 혼자서 숨죽여 울게 되거나,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활활 타오르는 날. 늘 이성을 붙잡고, 감정을 억누르며 로봇과 같이 잘 살다가 툭하고 쳤을 때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미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평소에 고요한 물밑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위에 있는 물은 투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물밑에 있던 찌꺼기를 누군가가 손을 넣고 한번 휘휘 젓는 순간, 순식간에 흙탕물이 됩니다.

이미 기름이 콸콸 부어져 있던 마음속에 누군가 희미하게 꺼져가는 불씨를 던졌을 때 타오른 그 불로 인해 내가 통째로 삼켜지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타버려서 재밖에 남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시작된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한바탕 홀로 울거나 화를 내고 나면, 스스로 놀랍니다. 내가 이 정도로 내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구나라고요.

우리는 종종 우리 안에 떠오르는 감정을 무시하고는 합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죠.

이 감정은 너무 어린아이 같은 거야, 이 감정을 지금 드러내기에는 내가 지는 기분이잖아, 또는 솔직하게 모든 감정을 보이면 내 사회생활을 망치게 될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며 말이죠. 이 감정을 직면하고 제대로 해소시킬 시간도, 여유도 없기에 빨리 잊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을 하죠. 마치 어떤 냄새나는 쓰레기를 어느 봉지에 넣고 꽁꽁 밀봉하듯이 우리의 감정을 대합니다. 부정적인 냄새가 나는 감정을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넣고, 그 냄새가 스며 나오지 못하도록 가장 구석진 곳에 잘 숨기고 묶어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에 젖기보다 바로 깨끗해 보이는, 긍정적인 감정을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숨겨진 감정은 점점 그 안에서 썩어가면서 더 심한 악취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어요. 워낙 꽁꽁 숨겨 놓았기 때문이죠. 일상에서는 잊고 살아가던 악취는 내가 다시 매듭을 풀어서 새롭게 내 안에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넣을 때 밖에 없어요.

그 안에서 부패한 감정은, 감정이 담겨있는 봉지를 팽창시킵니다. 팽팽하게 된 그 봉지를 조금이라도 찌르게 되면 그것은 펑하고 터져 버리며, 한순간에 그동안 모아둔 악취와 그 안에서 해결되지 않고 썩어가던 감정이 한순간에 쏟아져 나옵니다.

이 지경까지 오면 썩어버린 쓰레기 더미 같은 내 감정을 감당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어쩔 줄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이것을 어딘가로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줄 모른 채, 예전보다 훨씬 더 들쑥날쑥하는 감정이나 화병에 걸린 마음을 추스르느라 애쓰거나 전문가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른 순간,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고 숨기려고 노력하기 이전에 먼저 그것을 직면해야 합니다. 이런 미워 보이는 감정이 내게도 왔구나. 그리고 그것을 건강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쓰레기라고 생각한다면 마음밭에 잘 묻어서 내 안에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건강한 방법으로 소화해야 합니다.

땅을 깊게 파기 너무 힘들다고 감정을 너무 얕은 곳에 묻으면, 완전한 거름이 되기 전에 다시 보이게 될 수도 있고, 악취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빨리 소화시켜버리고 싶다고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나중에 탈이 날 수도 있겠지요.

이 감정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해요. 이것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부분이고,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초라하고, 치졸하고, 그리고 유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도 내 일부이고, 그렇기에 시간이 조금 필요해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 성격이라는 건 아니에요. 이건 하나의 감정일 뿐이죠.

내가 잘 소화시켜야만 하는, 밑거름으로 잘 삼아야 할 감정일 뿐이에요. 어떤 음식물이 내 안에서 소화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 신체의 일부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슬펐기에 웃을 수 있고, 또 화를 냈기에 평정심을 찾을 수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진정으로 해소시켜야만, 긍정적인 감정을 진실되기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그 감정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줘야 해요. 앉아서 왜 내가 이토록 슬픈지, 아픈지, 아니면 화가 났는지 생각을 해야 해요. 이유를 찾고, 그것이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마주하고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인정해요.

하지만 음식을 어느 정도 씹었다면 넘겨줘야 하는 것처럼 감정도 비슷해요. 똑같은 음식을 너무 오래 씹으면 음식의 풍미를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그 감정에 묶인 것들을 너무 많이 곱씹어도 안 좋으니, 어느 정도의 결론이 났다면 그 감정을 시간에 넘겨줘요.

필요한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소화기관들을 지나 자연스럽게 배출이 될 거예요. 그것으로부터 나온 유익한 영양분은 모두 우리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고, 그 외에 것들은 우리 몸 밖으로, 마음 밖으로 영영 배출되어 버리겠죠.

그래서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고 숨기기보다는, 당장 마주해서 잘 소화시켰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탈이 나거나 병이 되기 전에 말이죠. 외면하고 싶고, 두렵겠지만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혼자서 하기 버겁다면, 주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생각이에요. 잘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 시절에는 무조건 엄마의 도움을 받듯이, 만약 내 감정을 깊숙한 곳에서 꺼내서 대하는 것이 미숙하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타인으로부터 차차 배워야만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도움을 받아 걸음마를 떼고, 비틀거리며 걷고 수도 없이 엉덩방아를 찧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혼자서 어려움 없이 잘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오늘 홀로 울고 있거나 부글부글 끓는 화가 제어가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나의 편지입니다.

곪아가는 감정 때문에 덩달아 마음이 아픈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것이 좋은 영양분이 되고 밑거름이 되어 당신을 더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서 괜찮아지길 바라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서 그 시간이 지나고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는 시간이 당신에게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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