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때문에 오늘이 버거운 당신에게
아슬아슬. 위태위태.
오늘 당신이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경계에서 이런 모습으로 홀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나는 진심으로 걱정이 됩니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당장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당장 죽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스스로 하는 건 너무 무섭고. 보는 시선이 두려워 이런 마음 상태도 주변에 티를 내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방안에서만 절망 속에서 숨죽여 울고 있는 게 아닌지.
죽을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오늘을 살아가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매일 길바닥에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그 아무도 따뜻한 관심 주지 않는 비둘기가 나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당장 눈앞에 있는 현실로 인해 제대로 날개를 펴고 훨훨 나는 법도 잊고 오늘 먹을 먹이를 구하기 위해 땅만 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에 차이지 않기 위해서 전신의 힘을 다해 몸보다 훨씬 짧고 얇은 다리로 자신을 지탱하며 달리는 자신의 모습에 울적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기를 써서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를 썼건만, 그들로부터 되려 냉담한 눈길을 받고 잔뜩 위축되어 있는지는 않은지.
내가 아는 이들은 모두 창공을 훨훨 나는 새가 되어있는 것 같은데, 나는 하늘을 날기는커녕, 사람들 눈치나 보며 피해 다니기 바쁘고 이 땅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닭둘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날게 되는 것도 짧은 거리를 이동할 만큼만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버겁습니다. 그들처럼 하늘 높이 점처럼 보이게 되려면 아마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들은 태생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매일마다 더 깊은 바닥을 찍고 있는 내 마음속 사정도 모르고 야속하게도 날개를 가지고도 날지 못하는 나를 비웃습니다. 하늘을 훨훨 날면 너는 더 맛있는 먹이를 먹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라는 그들의 말은 무거운 족쇄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서커스에서 위험한 재주를 넘듯, 아슬아슬한 버팀의 연속일 뿐인데. 땅에서 이 버거운 삶을 매일매일 버텨내려고 애쓰느라 하늘을 나는 법도 잊어버렸는데.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만큼이나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아니, 차라리 낙엽은 썩어 다음 계절을 위한 거름이라도 되지. 나는 이 세상에 도대체 어떤 것을 주고 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는 것도 없이 산소나 공간을 축내는, 그런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깊은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 들다 보면 결국 나는 남을 탓합니다. 하지만 그러다 다시 남들에게 맞추지 못한 나를 탓하고. 이게 몇 번 반복이 되다 보면 결국에 모든 화살은 나 자신에게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화살을 겨냥하는 것도 나입니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이라는 수렁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젖어듭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그러다 보면 매일매일이 자꾸만 더 버거워 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내 안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을 돌볼 여유는커녕, 그들에게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가, 그들을 만나는 게 마치 고문 같아서 결국 관계를 끊어내기도 합니다.
일단 이곳까지 다다랐다면, 당신이 얼마나 지옥 같은 나날을 견뎌냈을지, 지금도 얼마나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발을 한 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추락해서 죽을 것 같은 외줄 위에서, 혼자만의 사투를 오롯이 견뎌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합니다.
오늘도 지독하도록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우울과 죽음이 반대편에 있는 줄다리기를 하며, 조금만 손에 힘을 빼서 줄을 놓치는 순간 지게 될 것을 알기에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당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알아요.
그 싸움이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무기력하다, 의지가 없다, 그리고 정신력이 약하다고 말을 합니다. 나를 모르는 이들이 그랬으면 무시하기 조금 더 수월했을 텐데, 나를 잘 안다고 했던 이들이 그런 말을 하니까 기가 막힙니다.
그럴 때 잠시만 귀를 닫아봐요. 아, 그리고 우울로 젖은 생각으로 당신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당신의 마음속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마요. 주변 사람과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게 어렵다면 차라리 노래를 들어봐요. 당신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노래도 괜찮고, 아니면 신나는 댄스곡도 괜찮아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돼요.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 한번 생각해 봐요.
내가 내 삶을 놓기 전에 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가요? 다시 한번 전해볼게요.
나를 죽고 싶게 만드는 것 중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봐요.
좀 이상하죠? 버텨서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내라고 모두를 닦달하는 이 현대 사회에서 포기하라, 도망쳐라라는 조언은 조금 이상하고 무책임해 보입니다.
내 말의 요지는, 당신의 삶이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다는 의미예요. 그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조금 이기적인 생각을 해봐도 된다는 말이에요.
당신이 원하는 게 상사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직장을 그만두세요.
당신이 원하는 게 한숨 돌리고 싶은 거라면 잠시 처한 상황에서 도망쳐서 여행을 가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게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거라면 나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들과 연을 끊으세요.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니까. 당신은 여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이 나를 밥 먹여 주나요?
지금 딱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꼭 붙잡고 견뎌야만 하나요?
아니면 내가 어디로부터 인가 도망친다고 해서 이 세상이 끝이 나나요?
아니요.
다 방법이 있어요. 지금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할 건, 당신이 괜찮아지는 것이고 더 나아가 당신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당신이 살아야, 당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살 수 있으니까.
버는 돈이 좀 적어지면 어때요. 그거에 맞춰서 살면 되지.
사람이 떠나가면 어때요. 혼자서 잘 노는 법을 배우거나 이 70억이 다 되어가는 인구 중, 나와 맞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되지.
내가 가진 조건들이 사라지면 좀 어때요. 그 조건들이 가진 값어치보다 당신의 가치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대단한데.
물론 포기하고 도망치게 된다면 여태 이뤄놓은 것들을 잃고 남들이 보기에는 불쌍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남들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오롯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오롯이 책임지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포기하고 가고 싶은 길로 향해요. 그로 인해 쏟아지는 시선과 비난이 있을지라도 눈을 앞에만 고정시키고, 귀를 닫고 한번 걸어봐요.
나이, 상황, 여건 따지지 말고 당신을 중심에 둬요.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당신이 내일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누군가는 이러한 행위를 향해 거창한 말로 ‘도전’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단어가 가진 무게를 알기에 우리 이렇게 말해보도록 해요..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라고. 성공을 쫓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거라고.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죽지 않기 위해서 포기하고 도망쳤다고. 버티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도 나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여태 이렇게 어려운 삶을 놓지 않고 살아낸 걸 보니 당신은 대단해요. 그 끈기와 용기가 있기에 당신은 무엇을 해도 잘 해낼 거예요. 설사 이렇게 새롭게 튼 방향이 험한 길이라도 당신은 여태 버텨낸 힘으로 또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려고 선택한 당신이 모자라다고 말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에요. 내가 괴로워하면서도 버텨내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요하니까. 당신은 또 그 버티는 시간을 통해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갈 거예요. 그래도 언제나 기억해요. 그 무엇보다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포기하고 도망친다고 해서, 아니면 같은 곳에서 버텨낸다고 해서 누군가가 더 용기 있거나 겁쟁이 같은 게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용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을 뿐.
무언가 포기하고 도망친 당신, 용기 내느라 수고했어요. 나는 그 용기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는지 알아요.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오늘도 견뎌낸 당신, 용기 내느라 수고했어요. 그 버팀이 얼마만큼의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을 주는지 알아요.
우리 나름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냈기에 우리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봐요. 수고 많았어요,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