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나만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은 때
오늘따라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헛헛하게 느껴지나요.
평범하게, 축하할 일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터덜 거리는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나요.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은 저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데, 나만 길을 잃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이제는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현실의 풍파 속에 메마른 삶을, 주어진 오늘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당장 주저앉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나는 진짜 행복해서 웃어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주변에는 웃음꽃이 만개한 것 같아서 나만 이 세상에서 따돌림당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하나요.
어떨 때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뇌의 일부가 멈춰버려서 무감각해진 느낌까지 들기도 하고요.
집에 돌아와 할 일 없이 누워 이런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현실에 저당 잡힌 시간 외에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 보기 위해서 별 의미 없는 것만 가득한 것을 알지만 결국 SNS나 인터넷 창을 켭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나와는 동떨어진 것만 같은 누군가의 행복이 기록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하고 배알이 꼴립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이런 소식에 쿨한 모습으로 진심을 다해 축하의 마음을 전했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의 나는 남의 행복을 보고 이렇게 반응하는, 이렇게 미운 모양이 되어버렸는지.
왜 나보다 못나게 살았던 것 같은 저 사람은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살고 있는지.
나는 왜 삶을 현실에 저당 잡혀서 여행도 가지 못하고, 저런 멋진 레스토랑에도 가보지 못하고, 저렇게 친구들과 밝게 웃으며 만날 수가 없는지.
살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는데 왜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서 저렇게 빛나는 모습이 아니라 이토록 초라한 모습이 되어버렸는지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나는 밝은 곳에 나를 드러내지 못하고, 왜 자꾸 어두운 그늘에 숨으려고만 할까요. 사람에 둘러싸이는 것은 피곤한 일이어서 내가 먼저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는데, 오늘의 나는 왜 외로울까요. 도대체 무엇을 원하길래.
생각이 이곳까지 닿으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비교의식이 내 안에서 꿈틀거립니다.
누군가보다는 내가 낫다는 그런 우월감을 가지고 누군가의 삶을 짓밟으며 내 마음의 위안을 삼다 보면 힘겹게 오늘을 걷고 있는 내 위에서 날아다니는 것 같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내 안에 있던 우월감의 무게만큼 더 큰 자괴감이 듭니다. 나도 내가 가진 어떤 것으로 평가받고, 내가 한 삶의 선택 때문에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사본 적이 있기에. 그 사람의 말에 화가 나면서도 낮은 자존감 때문에 그 사람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나를 알고 또 쉽게 반박할 수 없도록 느껴지는 텁텁함과 분노를 알기에.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고 나를 향해서 원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속으로 몰래 그와 같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안 좋습니다.
자책하는 것을 멈추고, 거침없이 흐르는 생각의 흐름을 이곳에서 잠시 멈춰봐요.
마음속 불편함을 내려놓고, 생각을 쭉 정리하던 노트를 다음장으로 넘겨요. 그리고 새하얀 종이에 다시 시작해서 적어보도록 해요.
아무 선택권도 없이 이 삶을 살아내야만 하도록 만들어진 우리는 이 순간에도 아무도 닦아놓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우리 앞에 마치 잘 닦인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만 같아 보여도, 그다음 순간 보면 그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우리 앞에는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황무지가 놓여 있던 경험을 누구나 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의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한낱 인간일 뿐입니다.
삶에 대한 정답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몇 년이 지나면 그것이 틀렸다고 느끼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길도 비슷합니다. 앞으로 걸어갈 길을 잘 닦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그게 사라져 버린다거나 눈앞에 황무지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내 발밑에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잘 닦인 길이 나타난다거나, 그런 놀라움의 연속도 삶의 일부이지요.
그래서 오늘 불행함을, 우울함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뻔하고도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나의 불행함과 우울함은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옆에 누군가의 행복도 영원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행복함에 젖어 살고 있는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금은 모든 것에 의연하게 반응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지나간 과거의 눈부시도록 밝던 행복에 얽매여 지금의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소소한 빛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만 멀리서도 예쁘게 빛나고 있는 별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또 당신이 한 가지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삶은 상하 관계로 판단 내릴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해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또한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평범해요. 이 사실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내 머리 위에 둘 수도, 내 발밑에 둘 수도 없어요.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으로서, 수평적인 관계로 이 세상을 살아갈 뿐이에요.
단지 어떤 경험이 풍부하다 해서, 지식이 풍부하다 해서, 또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해서 결코 누군가가 나보다 그 사람이 내 위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 사람의 조건으로 인해 그가 무조건적인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아니에요.
내 생명의 존엄성이 어떤 단편적인 조건으로 판단될 수 없듯이, 당신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모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보다 더 위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주눅 들 필요도, 그들이 나를 밟을 때 당연한 듯, 죽은 듯이 땅에 붙어서 머리를 숙일 필요도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나를 속이려고 한다고 해서 내가 생긴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나를 가루가 되도록 빻아서, 흔적도 없이 나를 없앨 필요도 없어요.
특별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한 당신에게는 당신이 생긴 모양대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요.
물론 당신의 어느 뾰족한 부분이 자꾸 옆에 있는 누군가를 찔러서 아프게 하고 피가 나게 한다면, 그 모서리 부분을 조금씩 완만하게, 둥글게 만들면 좋겠지요. 하지만 내가 세모 모양인데, 주변에서 동그라미가 좋다고 해서 자신을 동그라미로만 깎으려고만 노력하다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이 되어버리지 말고 우리 조금은 이기적이게 생긴 대로 살도록 해요. 그 과정 중에 적당히 포기할 것 포기하면서. 그 포기로 인해 당장 내일 다른 길이 열리게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하니까요.
행복이라는 당신의 몫은 오롯이 당신만 직접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이 직접 심지 않은 행복은 다른 이들에 의해 결정을 당하거나, 그 사람이 떠나면 시들어 버리기 마련이죠. 조금 아픈 말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땀을 흘려 심고 거두어야지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 누구도 그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보다는 우리 마음속에서 샘솟는 것들에게 한번 귀 기울여 봐요. 그것들이 매번 집에 들어가는 길에 빠르게, 당연한 듯이 스쳐가는 바깥의 풍경처럼 지나가 버리기 전에 우리 한번 그것을 잡아보아요.
지금 잠시 한숨을 돌릴 틈이 내게 주어졌다는 것, 따스한 물로 씻을 수 있다는 것, 보송한 이불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것. 잠이 들기 전 내 마음을 울리는 글귀나 노래를 찾았다는 것.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움을 아직은 생생한 감성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것. 나를 위해서 아름답게 칠해진 하늘, 그리고 내가 숨 쉴 수 있도록 존재하는 공기.
그런 사소한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한번 미소 지어봐요. 바빠서 빠른 걸음을 재촉하기보다는 가끔은 아무런 계획 없이 새로운 길로 산책을 해봐요. 어떤 일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환하게 웃고 마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과하게 느껴진다 할지라도, 이 과도한 밝음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할지라도 지금 당장 당신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어요. 누군가 나를 보고 비웃는다 할지라도 아무렴 어때요. 그로 인한 행복은 오롯이 당신의 몫인데.
희미해 보이는 행복의 의미를 찾기 이전에, 나는 언제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묻기 전에 우리 먼저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것이 단 한 가지뿐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손에 꼭 쥐고 한번 소중히 여겨봐요. 그리고 한번 웃어봐요. 옆에 누군가가 가진 것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내게 주어진 것을 오롯이 누려봐요. 나를 더 못난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비교는 멈추고요.
당신만 가진 특권으로 당장 그것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있으니까요. 오직 당신만에게 허락되고 선물된 순간이에요.
매 순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행복은 옅은 미소를 짓게 하고 마는 그런 소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얻은 행복이라면 그 누구도 당신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수 없어요. 우리 그걸 한번 기억해봐요.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 소중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오늘 이 글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소한 이 글 중 단어 하나라도 당신의 마음에 남아,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남기기를 기도해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