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삶의 순간이 내 전부를 규정할 수 있다 믿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구나’라고 믿으며 그냥 그 모습대로만 살았더라면.
내 삶은 참 불행했을 것 같다.
참 짧기도 한 인생에 우여곡절이 이래저래 있었다.
그중 최악의 최악을 찍어보았고, 또 최고를 찍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니면 누군가가 내 삶의 모습 중 만약 최악 중 최악의 모습으로만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렸더라면?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 나라는 사람을 규정했더라면?
그것만큼 슬픈 일도 없을 듯하다.
한 번의 실수가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길 수 있고, 질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걸 아니다.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내 모습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더라.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하고 꼿꼿한 사람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는 상황에 의해 변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더라.
가진 돈에 의해 마음의 여유의 여부가 결정 나기도 하고.
내 일이 잘 풀리면 타인을 향한 이해심이 높아지기도 하고.
조금 이해심 없고 옹졸해지기도 하고, 조금 아량 넓고 인내심이 많이 지기도 하고.
그저 그런 사람이더라.
바닥을 찍기도 하고 정점을 찍기도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인생이더라.
순간 더할 나위 없이 강해지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도 하고.
상황도 계속 변했다.
그리고 내 모습도 일관적이지 못하고 자꾸 변하더라.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가진 모습 중 아무리 최악의 최악을 보고 있더라도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누구에겐 천사, 누구에겐 악당, 예전보다 거칠고 복잡한 낯짝’을 가지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다.
온전히 천사일 수도, 온전히 악당일 수 없는 사람이다.
복잡한 낯짝을 가진 사람일 뿐.
늘 옳고 완벽하고 선할 수는 없다.
나는 한낱 인간이기에 실수했고, 또 앞으로도 실수할 것이다.
그렇기에 또다시 내리막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나도 조금 어두워지기도 하겠지.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단편적인 면이 내 삶 전체를 정의 내리지 못한다는 것.
셀 수 없는 수많은 점들 중 하나로써 찍히는, 그런 평범한 순간일 뿐.
그러니 나도 나 스스로에게 선 긋지 말고, 한계를 설정하지 말자.
앞으로 충분히 변할 수 있고, 올라갈 수 있다.
타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 찰나의 순간을 보고 고개를 젓고 떠나갈 수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지울 수 없는 꼬리표를 붙일 수도 있다.
그들은 충분히 그래도 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나 스스로만큼은 변할 수 있음을 믿으며 기다려주자.
이 단편을 보며 모든 걸 포기하고 아예 주저앉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