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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Oct 18. 2022

그 어떤 호의도 당연하지 않음을

때때로 찾아오는 섭섭함이라는 감정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내재되어 있던 기대감이 있는 걸 늘 본다.

‘내가 전에 어떻게 해줬기 때문에 이 정도는 받아야 돼’와 같은 기대가 은연중에 존재하더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사실 실망할 것도 없다.

나는 말로는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누누이 말하며 무언가를 베풀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섭섭함을 느꼈던 걸 보면, 나는 그다지 진실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꼭 어떤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는 감정적으로 아니면 관계적인 보상을 바랐던 것 같다.

내가 밥을 한번 샀으니, 이 사람이 나를 더 친근하게 대해주겠지.

내가 선물을 한번 했으니, 이 사람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와 같은.


돈 쓰고 시간 쓰고 신경 써서 섭섭함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바에야 차라리 모든 걸 나에게 투자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낫더라.

기본적인 호의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줄이고 남은 돈과 에너지로 나에게 투자하니 되려 섭섭함이 줄어든다.

애초에 내가 주변에 베푼 게 없기에 주변인들에게 바랄 것도 없고, 그렇기에 섭섭할 일이 사라지더라.


게다가 예전에는 섭섭함에 매몰되어 느낄 새가 없던 주변인들을 향한 감사함이 생긴다.

내가 베푼 적이 없고, 호의를 베푼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호감을 보이고 다가오는 이들의 존재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그들이 건네는 호의의 행위 하나하나가 실망스럽기는커녕, 감사한 마음만 넘친다.


그 어떤 호의도 당연하지 않음을 깊이 느낀다.

그들도 굳이 타인에게 베풀지 않고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을 아껴서 내게 베푸는 것이니까.


관계 속에서 내가 서운함을 자주 느낀다면 한번 돌아볼만하다.

내가 너무 과하게 베풀면서 상대방으로부터 보상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방이 내게 보답하기로 결정하거나 먼저 호의를 베푸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할 일인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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