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버스 맨 뒷자리에 타는 이유

by 동굴탐험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 한 분은 낭만주의자셨다. 교과서 속 문학 소설 그 짧은 문구들을 혼신을 다해 절절하게 읽으시며 한 문장 한 문장에 온몸으로 감동을 느끼시고, 그 감동을 우리에게 알려주려 하셨던 낭만으로 가득 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런 국어 선생님을 우리는 '수능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량 정도로 우습게 보곤 했었다. 당장의 수능 문제 풀이와 수학 공식 외우기에 급급했기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선생님으로 치부했지만, 그 선생님이 한 이야기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말이야. 버스를 탈 때 제일 뒷자리 구석에 앉아. 밤 늦은 시간에 사람이 별로 없는 버스에서 맨 뒷자리 구석에 요렇게 쪼그리고 가면은 버스 전체를 뒤에서 보면서도 홀로 있을 수 있는 그런 낭만이 있는 자리거든."


지금도 나는 늦은 시간 버스를 타면 가장 먼저 맨 뒷자리를 보곤 한다. 맨 뒷자리가 비어 있으면 마음 속 저 구석에서 약간의 설렘이 느껴지며,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얼른 자리로 달려서 싹 나만의 낭만 아지트를 찾곤 한다. 낭만이라고 해서, 대단할 게 아니다. 사소하지만 나만의 작은 설렘이 느껴지는 공간 또는 시간이면 그것이 '낭만'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