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맞춤법 안 틀리고 글 잘 쓰고 있나?
이따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때가 있다.
맞춤법이 많이 틀린 글을 보면
글을 읽기 불편한 기분이 들곤 하는데,
그러다가 문득 글을 쓰는 도중에
나는 똑바로 하고 있나 의문이 드는 것이다.
맞춤법이란 것은
잘하면 본전, 못하면 손해 같은
뭐 그런 부류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글자 그대로의 맞춤법도 맞춤법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보이지 않는 규범, 혹은 암묵적인 약속.
과거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어색해지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오늘의 일상이 되는,
그런 시대의 맞춤법을 내가 잘 맞추고 있는지도 고민이다.
'읍니다'에서 '습니다'로 바뀐 것처럼,
한때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이
어느새 낡은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낯설고 이상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새로운 맞춤법이 되기도 한다.
예전 어른들의 맞춤법에서는
당연했던 희생과 인내, 공동체의 가치, 혹은 위계질서 같은 것들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수평적인 관계,
혹은 일과 삶의 균형 같은 지금 세대의 중요한 맞춤법들은
과거에는 쉽게 용납되거나 이해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변화의 속에서,
스스로가 잘못된 띄어쓰기나 철자 틀린 단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예전에는 맞다고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느새 세상은 다른 표기법을 요구하고 있는 듯한 기분.
익숙했던 규칙들이 하나둘 희미해지고,
새로운 규칙들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아 허둥대는 어색함.
새 시대의 맞춤법에 적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애써 따라가 보려 하지만,
자꾸 고리타분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숨이 차기도 한다.
새로운 용어나 어린친구들의 문화는
마치 외국어처럼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고,
이게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마치 틀린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듯,
끊임없이 타인과 나 자신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과정이 계속된다.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맞춤법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틀리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계속 바뀌기도 하고
또 잘못된 문구를 보며 그게 맞는 줄 알고 지내기도 한다.
맞춤법 조금 틀린다고 해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서로 다른 맞춤법을 가진 세대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물론,
오늘도 맞춤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에 또 확인하고
누군가 나를 보며 틀렸다고 하면 어쩌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의 '맞춤법'은 오늘 안녕하신지?
그리고 제 '맞춤법'은 안녕한 것 같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