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부모님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하셨다.
단순하고 명료했지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상대방의 시간과 노력을 빌리는 일이다보니,
혹시나 폐가 될까, 부담을 줄까 염려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고
나의 부족함이나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 정도 일도 혼자 해결하지 못하나’ 하는 자책감이나,
도움을 받는 순간 느끼게 될지도 모를 부채감 또한
나를 망설이게 하는 벽이다.
정작 다른 이가 내게 작은 도움을 요청할 때,
나는 그게 그리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유독 도움을 구하는 입장이 되면 이리도 큰 용기가 필요한 걸까.
어쩌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인간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인간적인 연결과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운 한 모습이라고 보았다.
도움을 주는 행위뿐 아니라, 도움을 받는 행위 또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단순히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는 베풂의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청한다면,
그 말 속에 숨겨진 섬세한 마음결과 묵직한 용기를 헤아려주자.
그리고 나 역시도 도움이 필요할 때
지금처럼 혼자 앓기보다 용기 내어 손 내밀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