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작은 화면을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쉴 틈 없이 밀어올린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글들과
정신을 빼앗아가는 짧은 영상들,
간결하게 요약된 카드 뉴스
그 어느 때보다 짧고 간결한 단위로
세상을 쪼개놓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사이 쌓인 새 자극을 한 웅큼 집어
눈 속으로 욱여넣는다.
양 쪽에 인공눈물 한 방울 씩,
역시 물이 있어야 삼키기 편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탄 듯,
멈추거나 뒤돌아볼 여유 없이
다음 자극을 향해 떠밀려가는 기분이다.
그 옆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긴 글의 팔자는 어떤가
한 장으로 마무리하지 못해
페이지를 넘겨야하는 종잇장은
너무나 무겁다.
한 문장, 한 문단을 곱씹어야 알 수 있는
숨겨진 의미들은
너무 질긴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글을 왜 이리도 맛없게 요리했는가.
익숙해져버린 짧은 시간 단위와는
너무나 다른 리듬이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긴 글 읽기를
비효율적인 활동으로 여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정보를 훑고,
더 많은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데,
굳이 한 편의 긴 글에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하나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들은
무엇을 남기는가.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의 기회를 앗아가고,
그저 표면적인 사실의 나열이나
순간적인 감정의 파편만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마치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과도 같다.
긴 글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에 몰입하고 그 안에서 사유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여행과도 같다.
정성껏 쌓아 올린 논리의 성을 탐험하고,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예기치 못한 깨달음과 마주치는 여정.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결코 얻을 수 없는
지적인 만족감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질이니,
꽃에 물을 줄 때도
흐르는 물에 그 뿌리를 잠깐 담궜다 뺄 것이 아니라
단단한 흙에 물을 주어 뿌리에 오랫동안 머금게 해주어야만
더 큰 성장의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지만
긴 글이 주는 시간의 밀도와 깊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경험하려 노력한다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 삶의 의미 있는 쉼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자신을 잃지 않고
사유하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