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고,
밤 늦게 거실에 앉아있다
애앵거리며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날갯짓 소리를 들었습니다.
올해 첫 모기,
더운 여름이 곧 오겠구나하는 마음과 함께
어김없이 귀찮은 녀석을 마주해야함을 직감합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모기 소리를 들으면 졸음이 싹 달아나고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예전에도 연약한 피부에 오랜 기간 상처가 났던 기억이 있기에
눈에 불을 켜고 집안을 샅샅이 뒤집니다.
벽을 훑고, 천장을 살피고, 가구 뒤편 어두운 그림자까지.
작은 모기 한 마리가
이토록 사람을 귀찮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새삼스럽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추격전을 벌이고 난 후
소파에 다시 앉아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필름처럼 꺼내봅니다.
한여름 밤,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에 잠 못 이루던 나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집안을 맴돌며 모기를 쫓아주시던 아버지의 모습.
에어컨도 없던 시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아버지의 등, 손에 들린 파리채,
그리고 마침내 모기를 잡고 “잡았다!” 하시던 그 목소리.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늦은 밤, 집에 있는 모기들을 잡아주시던
아버지의 행동에 얼마나 큰 사랑과 헌신이 담겨 있었는지.
어렸을 적엔 당연한 행동이라 여겼을 뿐,
그 밤의 수고로움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또 그게 뭐 얼마나 대단히 힘든 일이냐 누군가 묻는다면
그것도 틀렸다고 따지고 들 건 아니다만은
해가 다 뜨기도 전인 오전 6시에 출근하시던 아버지께서
늦은 시간까지 모기와 씨름하며
당신의 휴식을 기꺼이 내어주셨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내가 부모가 되어 한밤중에 모기를 쫓고 있자니,
아버지의 그 마음이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
아이의 단잠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작은 불편함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밤늦도록 이어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만든다는 것을.
지금의 내 마음이 그때 아버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세월이 흘러 나도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는 이제 희끗한 머릿칼을 가진 노인이 되신 지금,
수십년도 더 된 그 애정과 헌신이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한 등불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등불을 이어받아,
내 아이에게 또 다른 밤의 안온함을 지켜주려 애쓰는 듯 합니다.
점점 습도처럼 여름이 올라오면,
불청객을 쫓는 시간도,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도 조금 더 늘어나겠지요.
아이가 컸을 때, 이런 내 모습을 조금은 기억을 해줄 수 있으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