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꿈을 꼭 쥐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승점에 도착했다고 생각할 즈음
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래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새어나간다.
그리고 천천히 데워지는 물 속에서
개구리는 그렇게 죽어간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그렇게 스스로 내 꿈을 죽였다.
꿈의 입장에서는 타살이기도
내 입장에서는 자살이기도
달릴 때는 흰선을 따라 뛰라고 하더라만은
트랙의 끝에서는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선을 따라 계속 걸으면 되는건지,
아니면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하는건지.
스스로를 멋진 선수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렇게 모퉁이에 주저앉아 홀로 울었다
경기가 끝나니 선수는 그저 아무개가 되었다.
한참을 숨을 고른 후에야
내가 왜 뛰었는지 어디를 달려온 것인지
희미하게나마 뒤돌아볼 수 있었고,
그곳에 결승점이라 불렀던 곳이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난다.
주저앉았던 곳이 출발점이 된다.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빠져나온 경기장 밖에는
여러갈래 길이 보인다.
어디로든 향해있고, 다시 어디로든 걷기 시작한다.
두 손은 비록 비어있지만
그래서 더 가볍다.
오히려 그래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