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by 끝의 시작

누구나 크고 작은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 넘어지거나 베여 피부에 남은 자국일 수도 있고, 수술이나 사고로 인해 생긴 선명한 흔적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이러한 흉터들은 때로 우리를 위축시키거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흉터는 비단 몸에만 새겨지는 것이 아니다. 이별의 아픔, 실패의 좌절감, 뜻하지 않은 상실과 같이 마음 깊숙이 파고든 상처 역시 보이지 않는 흉터로 남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처음 흉터가 생겼을 때 우리는 고통과 당혹감을 느낀다.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혹시 흉이 남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특히 외모에 민감한 시기에는 작은 흉터 하나에도 크게 신경 쓰며 가리려고 애쓰기도 한다. 이는 흉터가 ‘온전하지 못함’, ‘상처 입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매끈하고 흠 없는 상태를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흉터는 불완전함의 증거처럼 느껴지기 쉽다.


마음의 흉터는 더욱 복잡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타인은 물론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그 깊이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아픔이 불현듯 떠올라 현재를 흔들기도 하고, 특정 상황이나 사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거나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 보이지 않는 흉터들은 우리의 관계 맺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처가 아물어 흉터로 자리 잡는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흉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흉터는 단순히 상처의 흔적이 아니라, 그 상처를 견뎌내고 살아남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릎의 흉터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던 어린 시절의 용기를, 수술 자국은 힘겨운 병마와 싸워 이겨낸 강인함을, 마음의 흉터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하며 얻게 된 성숙과 이해를 담고 있다.


각자의 흉터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때로는 아프고 슬프지만, 동시에 극복과 성장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흉터는 우리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는지를 말해주는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던 흔적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로 변화하는 것이다.


흉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불완전함까지 사랑하는 과정과 같다. 상처 입었던 과거를 부정하는 대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어떤 식으로든 기여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붙여 더욱 가치 있는 예술품으로 만드는 일본의 ‘킨츠기(Kintsugi)’처럼, 우리의 흉터 역시 삶의 고유한 무늬이자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결국 흉터는 삶의 여정에서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기록이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것은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표이며, 고통을 이겨낸 자리에 남은 단단한 흔적이다. 흉터를 더 이상 숨겨야 할 약점이나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않고, 삶이 우리에게 새겨준 고유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욱 온전한 자신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흉터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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