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와 글쓰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2011년 여름,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겨울,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2013년 여름, 국어 교사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약 12년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 1정 연수를 받기 전까지 처음 4년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되새겼던 임용이 되자마자 박사과정에 입학하겠다는 의지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재미에 묻혔다. 그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겐 빠릿한 신체가 있었고, 갓 졸업한 자의 싱싱한 지식이 있었다.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는 재미도 좋았다. 주변 선생님들께서는 신규가 머리 회전도 빠르고, 성실하다며 열심히 해서 승진하란 말도 인사처럼 덧붙였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겪는 한때의 추억이다. 학교를 세번 옮겼고 똑똑한 학생들이 모여있는 학교로 오고 몇년이 지나니 뇌의 저편에서 열심히 꺼내쓰던 '지식'이 고갈되어 버렸다. 주기적으로 문법 서적을 읽었고, 수업을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소설도 매년 샀다. 학교 선생님들과 모여 현대시 공부도 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다 믿었지만 앞으로 어떤 수업을 해야할지 늘 고민스럽다.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해마다 떨어지는 학생들의 '문해력'이다. 올해 다시 고등학교 1학년을 맡아서 책 대화도 하고 서평 쓰기도 하고 있는데 AI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있어 보이는 글은 쓸 수 있지만, 제대로 소설을 파악하는 데는 취약하다. 인물과 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감정선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통독이 습관이 돼서 그런지 사이사이에 묘사를 놓쳐 줄거리는 파악하지만 배경 묘사의 의미나 주요 소재의 상징은 파악하지 못한다. 교사가 개별적으로 모둠 내부의 대화를 들어 가며 피드백을 주고,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따라오지만 그 속도나 정도가 작년에 졸업시킨 3학년 학생들과 견주어 보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국어 교사로서 매년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글쓰기는 더하다. 작년까지는 여유있게 시간을 주기 위해 수업이 끝난 주 주말에 작문 과제를 받았지만, 올해는 당일이나 익일 저녁까지로 시간을 적게 주고 있다. AI에 기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서이다. 짧은 글을 최대한 수업 시간에 쓰게 하려고 한다. 시간을 넉넉하게 주었을 때와 당일 바로 걷었을 때의 과제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보인다. AI 없이 쓴 학생들의 글의 문장은 매우 단편적이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주어와 서술어 관계가 맞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고, 문장을 이루는 주성분인 주어나 목적어를 무분별하게 생략한다. 심지어는 앞문장과 주어가 다른 경우에도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있어 십여년간 아이들의 글을 읽어온 나도 독해가 어렵다.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다. 독후감을 쓸 때에도 다양한 서술어를 사용해 보라고 가르치지만, '좋다', '매우 좋다', '감동적이다' 정도의 단편적인 수준의 감상만 나열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AI가 생활에 침투하면서, 아이들은 릴스나 숏츠와의 싸움에서도 아직 이기지 못하였는데 새로운 적을 또 마주하게 된 셈이다. 나를 도와주는, 어쩌면 나의 든든한 아군이 내 문해력이 성장하는 데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가끔은 이러다 AI에게 어휘력과 문장력을 빼앗겨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들도 있다. 챗지피티가 없이 과제를 하는 것을 불안해 하거나 문장을 쓰지 못한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도 더이상은 놀랍지 않다. 언어 능력, 특히 표현 능력은 인간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역량이다. 독서도 마찬가지. 그런데 AI가 각종 자료를 잘 정리해서 전달해 주다보니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는 학생들이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독서를 통해 생각 회로가 정리되는 경험, 다양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내는 경험 등을 점점 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독서 교육, 어떤 작문 교육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아진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나도 매한가지이다. AI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잡아가야 할지 아직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글을 쓰는 아이들을 무턱대고 막을 수만은 없을텐데 어떤 아이들에게는 혹은 어떤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열어주어야 할지, 소재는 AI를 이용해 찾더라도 글만큼은 학생이 직접 쓰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래서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렇다 보니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 과정을 밟고 싶은데 나이 마흔에 나를 받아주는 학교가 있을지 모르겠다. 좁디 좁은 학계에서, 석사를 맡아주셨던 교수님을 찾아가 보자니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연락도 드리지 못한 채 지낸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졸업 후에는 이렇다 할 학문적 성취도 없는 탓에 망설여진다.
나는 어떤 교사로 성장해야 할까.
학교에 발령이 난 이후부터 나는 '읽기와 쓰기'에 관심이 많다. 첫 학교에서 난독증인 학생을 만났을 때, 현 학교에서 책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나는 읽고 쓰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는 내가 글 쓰기를 통해 자아를 만나는 경험을 하면서 쓰기 활동에 중요성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가르치는 방식이 맞는 걸까? 체험적으로, 경험적으로 배웠던 수업 방식이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적어도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학문적으로 전문가가 되어도 좋고, 필드에서 글쓰기 능력을 키워 작가가 되어도 좋다. 분명한 것은, 내 스스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내 수업에도 힘이 생길 것이라는 거다. 그렇기에 오늘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