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내 또 상념에 빠졌다. 온몸을 휘감고 부유하던 온갖 우울의 감각들은 강한 햇빛을 마주하자 힘없이 증발해버린다.
직장인에게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한낮의 산책을 누려본다. 가볍게 부는 5월의 바람, 공기 입자와 부딪혀 조용히 소곤대는 이름 모를 나무의 초록 입사귀들, 낮은 채도이지만 자연스러운 색으로 초록의 단조로움과도 잘 어우러지는 자홍과 옅은 보라의 철쭉들. 파헤쳐져 황폐한 도심 한가운데 인간의 오만으로 만들어낸 공원엔 그래도 다행히 새들이 찾아들어 그들의 하루를 꾸려나가고 있다. 간간히 더러운 욕망만 남아 본질을 잃어버린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인간인 것이 가장 모순적이고 한심하다 느낀다.
다리가 타는 듯이 뜨겁다. 12시의 태양, 자연이 주는 감각은 생각보다 원초적인 고통을 준다. 그렇다고 피하고 싶진 않다. 자연이 주는 아픔은 사람이 주는 그것과 대조적으로 표면적이며,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자못 즐겁기 때문이다. 심한 통증으로 번지기까지는 그대로 방치해두고 싶다. 작은 언덕에 낮게 핀 해바라기도 온종일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늘 곁에 있는 것이라면 계속 피하며 살 순 없다.
바람에 옅은 꽃향기가 실려온다. 향은 주변에 꽃이 있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다가, 혹은 지나치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 바람과 함께 향은 이내 지나간다. 아쉽지만 잠깐의 인연으로 만족해야 하는 인간의 그것처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