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빛

by Hache

지하철은 늘 어둡다. 새까만 창 밖을 무심히 보고 있노라니 문득 출근길인지 퇴근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마음까지도 이미 지친 퇴근 열차의 그것과 같아 더욱이 그렇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이 길이 끝이 날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긴 한 거야?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 관둔다. 출발점이 다른 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도착한 곳의 밀도가 달라, 나를 집어삼킬 듯 거대했던 막막함도 공기 입자처럼 작아져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닿지 않겠지...


체념하고 다시 터널 속 어둠을 응시한다. 실체가 없는 어둠, 간간히 희끄무레 스며있는 잔 빛만이 어둠 속 어딘가에 부딪혀 어쨌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 외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닿고 싶었던 곳이 어디인지, 끝은 있는지, 거의 다 왔으니 좀 더 힘을 내도 되는지.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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