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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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che

힘들었나 보다. 밥은 먹고 들어온 거야?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졌어?


내 소리가 어떻게 그의 귀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나의 질문에 맞는 답변이 돌아온 것은 열에 한 번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건네는 말보다 몸의 언어가 지쳐 굳어진 저녁 시간 그의 표정을 조금은 부드럽게 풀어준다는 것.


온몸을 만져주는 그의 손길이 오늘따라 조금 거칠게 느껴진다.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모습에 내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 더 많은 말을 건네 본다. 여전히 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주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도 나도 좋은 기분이 되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매일의 헤어짐과 매일의 만남이 반복되는 이곳, 스무 걸음 남짓한 공간의 문 앞에서 늘 그렇듯 그와 잠시 회포를 푼 후 씻는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면 그를 맞이하는 하루의 의례가 끝이 난다.


배가 고프다. 그가 문 밖을 나서기 전, 잠을 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먹었던 검고 딱딱한 정체모를 무언가를 조그 먹은 것 빼고는 해가 다 지나가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패턴이어서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놈의 몸은 절대 익숙해지는 법이 없다. 먹을 게 있으면 알아서 챙겨 먹으면 되지 않나고? 맞다. 저기 희고 소리 나는 것 위 높은 곳에 내가 늘 먹는 그 검은 무언가가 그려진 것이 보인다. 하지만 내 키로는 어림도 없다.


저것 좀 미리 담아주고 가면 안돼? 나도 혼자 있을 때 배고프단 말이야.


매일 그가 나가기 전에 얘기해보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 말에는 아랑곳 않고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별 수 없다. 오늘도 점심은 굶어야 한다. 늘 이렇게 점심을 굶었냐고?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함께 산지가 벌써 5년, 처음부터 이랬으면 그에게 매일 요구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그가 밥 먹을 때마다 앞에 두고 보는 것에 나의 친구들이 제압당하고 아주 조금씩 먹는 것이 반복되어 나온 후부터였다. 갑자기 매일 아침 문을 나서기 전 준비해줬던 먹을 '검은 것'을 없애버렸다. 이렇게 된 지 꽤 오래됐지. 왜 그런 걸까? 배가 조금 나왔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내 몸에 대해 불만이 없었고 딱히 어딘가 아프다는 느낌도 못 받았지만 그는 철저하게 먹을 것을 줄였다.


별 수 없지.


그가 떠난 혼자만의 시간, 따스하게 드리우는 햇볕을 쬐며 그가 돌아올 때까지 고요히 잠을 청해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