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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Apr 01. 2021

반증

찰머스의 ‘현대의 과학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3단 논법, 그리고 확증과 반증이다. 여기 확증과 반증은 인간사 모든 일상을 관통하는 핵심적 철학이 담겨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식을 예로 들어 보자. 대부분 안정적으로 거대 기업의 주식을 산다고 한다. 도대체 저 ‘안정적’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들어간 것일까? 간단하다. 그것은 확증이다. 시대의 변화와 위기에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우리 세대는 약 30년간 봐 왔다. ‘모든 시간 속에 기업 A는 성장한다’라는 확증적 명제가 뇌리에 박힌 것이다. 이 확증, 진짜일까?


확증은 ‘사실’이 아니고 단지 ‘그럴 확률이 높다’이다. ‘까마귀는 모두 까맣다’라는 명제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한정적 지역, 그리고 자신의 한정적 생애 동안 검은색 까마귀만 보며 살아온 것이다. 이들에게 까마귀 명제는 사실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실은 흰색 까마귀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확증과 사실을 등가로 여기는 이유는 인간의 존재가 시간과 공간에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정적 시공간의 정보만을 가지고 진실을 논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그 역을 살펴보자. 평생 까마귀는 까맣다고 여겨온 사람이 흰 까마귀를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지식이 틀렸음을 ‘바로’ 깨닫는다. 반증은 이렇게 강력하다. 자신의 생을 통째로 바쳐 확증했던 명제도 한번, 단 한 번의 반증 사례만으로 통째로 거짓이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그러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에 ‘이것이 옳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다. 거짓말쟁이의 대표적인 직종들이 있지 않은가?!


선생, 정치가, 경찰, 성직자


타블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 에픽하이의 Lesson 2 가사에서 저 네 부류를 그대로 언급하고 있다. 나도 그러한 인간 중 하나였으니 할 말은 없다.


각설하고, 개발 프로젝트는 완료단계에 이르면 배포 전에 QA라는 행위를 한다. Quality Assurance, 문자 그대로 품질보증이다. 유저 입장이 되어 서비스 플로우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위의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 문제없이 기능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글의 맥락을 보면 바로 알 것이다. QA는 보증하지 못한다. 아마 MinialQA 혹은 LeastQA라는 단어가 좀 더 어울릴 것이다. 보통 테스트는 일반적인 환경, 그리고 정상적인 유저의 범주에서 계획되는데 애초에 ‘일반적’과 ‘정상적’이라는 정의가 매우 한정적이므로 모든 케이스를 커버할 수 없다. 결국 QA를 거치더라도 배포는 최소한을 보증한 상태에서 나가게 된다. 프로그래머는 ‘됐다!’라며 기뻐하지만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 모든 반증 사례들을 견뎌내야 간신히 부분적인 확증의 코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코드에 확증은 영원히 없다. 그저 이슈를 계속해서 대응할 뿐. 인간의 삶도 그저 한정적인 시공간 속 나의 삶에 옳다는 믿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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