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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Mar 31. 2021

무지

무지의 영역은 두렵다. 세이프 존 안은 평온하지만 한편으론 지루하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혹은 타의에 의해, 혹은 자연스레 무지의 영역으로 종종 들어가곤 한다. 난 쫄보라서 머릿속으로 문제 해결에 완전히 다다르기 전까지 어렵다고, 못한다고 엄청나게 칭얼댄다. 그래도 안다. 아무도 내 일을 대신해주진 않는다. 결국은 내가 부딪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물론 온전히 혼자의 일은 아닌 것이 문제와 관련된 주변 지식이 있는 이들에게 막히는 부분마다 질문을 하며 힌트를 얻고 길을 만들어 간다. 처음엔 불가능이라 여겼던 일이 종단에 가면 결국 다 길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이 실재에 이르면 조금은 허무해진다. 이것 가지고 그렇게 겁먹었던가?! 하며 말이다.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돌던 중세 유럽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무지와 비과학의 세계였다. 사람들은 원인과 해결책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도 두려워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범주 안으로 실재를 끌어와 원인과 해결책을 만들어 잠깐의 안정을 느꼈다. 마녀사냥, 종교 등이 대표적인 예 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이며 실질적 해결에 이르지 못함이 자명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이번에 맡은 구글 인증과 유튜브 데이터 API를 이용하는 업무를 한 주 동안 내가 알고 있는 범주 만으로 해석하려 발버둥 쳤다. 물론 그 방법은 실재 해결에 이를 수 있었지만 당장 내 손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팀원들과 나눴던 얘기도 ‘프론트에서 처리 가능하다’라는 것이었기에 계속해서 문서를 뒤지고 질문을 했다. 어느 순간 길이 보였고 조금씩 로직을 디벨롭시켜가다 보니 처음의 혼란과 두려움이 무색하게 어느새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었다. 무지와 두려움으로 내 안에만 머물렀다면 끝끝내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됐을 것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늘 새로움을 맞닥뜨리고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 새로운 것들이 다가와 위협한다. 또 넘어선다. 그리고 다시 위기를 맞이한다. 위기 안에서 조금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무지를 타파하고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일은 자못 즐겁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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