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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Jun 08. 2021

한 땀 한 땀

하루만 한가하기로 했다. 매일 처리하는 이슈들이 질려 과감히 오늘 하루만은 알고서 바쁘단 이유로 미뤄왔던 성능개선 리팩터링에 시간을 할애했다.


의외로 가장 어려운 것은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것이었다. 늘 하던 ‘눈 앞의 불 끄기’를 멈추자 ‘이래도 괜찮아?’ 하는 마음의 소리가 자꾸 작업을 멈춰 세웠다. 어쩐지 해결하려 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자 핑계 삼아 그냥 두자는 심보가 튀어나오는 것으로도 느껴져 오히려 오기로 오늘은 꼭 이것만!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늘 그렇지만 평소 쌓아왔던 제반 지식을 한 군데로 뭉쳐 생산적인 것을 만들 때에는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쉽게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도자기나 유리 장인의 그것처럼 조급하지 않게 구석구석 천천히 잘 살펴야 온전히 동작하는 완성품이 나오는 법. 그래서 어떤 책에는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마음이 조급하면 안 된다’라고 써 놓은 것이리라.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윤하의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아 그중 오늘은 3집 앨범 수록곡 ‘편한가봐’를 연속 재생해두고 감상했다. 조급함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천천히, 진중하게. 빠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차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들. 조그만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해 가는 일. 부품이 아닌 장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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