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느낌이다. 성취 지향형 인간, 혹은 사냥개로 자란 사람인지라 거친 사냥의 시간이 지난 후 적당히 안정된 지금의 삶이 오히려 불투명해 보인다. 영화에서 보면 수년간 전쟁터에서 살다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일상의 평온함을 거대한 불안으로 느끼며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비슷한 것이려나? 경쟁하고 순위가 먹여지고 승자로 평가되는 한국산 인생게임이 나름 적성에 맞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계속 경쟁 일변도로 살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가는 내적 경쟁에 발을 들이는 게 생을 풍족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아는데 선뜻 발이 내디뎌지지 않는다. 게으른 핑계이기도 하고 회복이 덜된 것이기도 하겠지. 여행을 오래 못 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늘 같이 적당히 구름 섞인 파란 하늘 아래 바람이 살랑이는 날을 만나면 산책하듯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는 생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반복해 듣고 있는 김수영의 신곡 ‘꿈’을 들을 때 가지게 되는 감정으로 살아가면,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마음에 어떤 욕심도 안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