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새로운 구성원이 추가되어 적응을 돕기 위해 출근한 지 2주째, 출근길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볼 수 있게 됐다. 가장 번잡한 두 개의 역을 지나자 제법 지하철 내부는 한산해지고 맞은편에 앉은 이들과 시선의 막힘 없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가만히 앞을 보고 있으려니 앞사람과 눈을 마주칠까 허공을 응시하게 된다. 문득, 어쩌면 이 공간에 매일 오전 8시 43분에 있어야만 하는 처지가 불행하게 여겨지고, 눈을 마주치면 상대의 눈을 통해 그러한 자신의 불행이 눈앞의 현실로 적나라하게 인지되는 것이 두려워, 맞은편에 앉은 저 사람이, 아니 이 공간의 모두가 사이버 세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의 공간 안에서는 보드를 타며 설원을 가르고 있고, 또 서부 유럽의 멋진 경관 속을 걸으며 감탄하고 있기 때문에. 상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1년 365일 중 휴가 15일과 주말을 제외한 매일이 되면 이러한 중독 없이 매일을 버텨낼 방법이 있을까 싶다. 이미 커피에 완전히 잠식되어 버린 나도 믈론 예외는 아니다.
2023년에도 생의 깊숙한 곳을 나 또한 살아가며 디지털화된 세계 속 인간개체의 군집 행위에 대한 관찰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관찰은 매우 쉽다. 아침, 저녁, 천체의 운행과 관계없이 지하철이란 공간은 언제나 칠흑의 어둠이며 그 누구도 앞을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관찰도 그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모두가 지하철 공간에 길들여지며 실세계의 가상 npc가 되어 있어 관찰이 관찰 대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 또한 없다. 언젠가, 원시세계의 본질에서 크게 진보되진 못한, 4분의 1쯤만 디지털화된 인간 세계에 대한 2023년 1월의 지하철 기록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그것이 오늘 내가 보낸 시간의 유일한 유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