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며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확실해진다. 세상은 빠르고 난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 낙제생인 것일까.
오늘도 몇 잔의 커피를 들이부었는지 모르겠다. 불을 끄고 누워 눈을 감지만 머리는 점점 더 또렷해진다. 이럴 때면 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생각난다. 왜 이리도 못난 사람이었는지, 왜 여전히 한치도 나아진 바가 없는지.
요즘 강남의 순대국밥 값은 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을 두 번째 읽었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을 사려고 알라딘 서점을 뒤져보니 200페이지가량 소설책의 가격이 순대국밥 곱빼기 한 그릇이 안된다.
먹는 행위는 중요하다.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빵 한 조각, 음료 한잔을 챙겨주는 행위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소설은 읽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소설책을 사지 않고 순대국밥을 먹는 일은 오늘도 죽음대신 삶을 선택하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