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32비트 위 악기들의 코드 연결, 스트럼 스타일의 미세한 변주를 쫓아가다 보니 문득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잊는다. 정신 차리고 정거장 정보를 보니 다행히 아직 9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이란 정보가 스크린에 떠있다.
20년 전에도 창에 비친 내 모습은 비슷했던 것 같다. 유선 이어폰을 귀에 끼고 반듯이 서서 미동 없이 음악에 한참 정신 팔려있다가 어랏?! 하고 어디쯤 왔는지 그제야 살펴보는 모습도, 빠른 비트로 푸른 봄을 노래하는 음악에 푹 빠진 모습도 그대로다. 변해버린 건 유기체로 이루어진 동물의 몸뚱이의 노화와 갉아내린 멘탈 정도? 그때 내 모습이 지금도 눈에 보인다는 건 아직은 그래도 너무 많이 나빠지진 않았다는 증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