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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Aug 08. 2023

음악이 되었던 밤

2023 펜타포트, 새소년

현장이 주는 울림은, 부족한 단어이니 전율이라고 할까? 홀림? 뭐가 적당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음원으로 듣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온몸이 음악과, 비트와 하나가 된, 수만 명이 녹아들어 흔들림이, 환호가, 하늘 높이 치켜든 피스가, 그 자체가 음악이었다. 나도 음악이 되었다. 나의 환호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주변의 환호가 나의 환호가 되었다.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이 비트가 쌓이는 순간 물방울들이 검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쏟아져 내렸다. 물방울의 상승을 바라봤다. 검은 하늘 속 아무런 제약 없이 끝없이 오르다 정지, 비트를 담아 나에게 떨어져 내렸다. 물방울의 부딪힘도 음악이 됐다, 몸 안으로 투영되어 번졌다. 짠맛이 느껴졌다. 흥건히 젖은 땀이 물과 함께 다시 몸 안으로 들어왔다. 개의치 않았다. 치켜든 피스를 내릴 수 없었다. 찬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음악, 자유, 날 흔드는 것들, 날 뛰게 하는 유일한 것들, 살아있음을 증명할 유일한 파동, 손짓을 멈출 순 없었다. 단순한 환호가 아닌 예술과 삶에 대한 수만 명의 경의가 느껴졌다. 혼자는 작지만, 이어폰 속 음악엔 혼자였지만 그곳의 나는 수만 명이었다. 검은 하늘이었다. 하늘로 쏘아 올린 빛이었다. 우주로 퍼져나가는 파동이었다. 시간은 영원이 되었다. 2023년 8월 6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후 40여 분간의 시간은, 적어도 그 순간은 난 음악이었고 우주의 영원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피스의 파형에 몸을 맡겼다. 좀 더 뛰었다. 좀 더 높이 손을 들었다. 문득 안쪽 이가 아파왔다. 현실이 파고들었다. 넌 이제 아파도 아무렇지 않게 회복할 수 있는 여유 있는 20대가 아냐! 절망을 향해가는 썩어가는 몸뚱이일 뿐이야! 잠시간 생각하다 이내 떨쳐냈다. 상관없다. 십오 년이 지나서야 이 자리에 왔지만 난 여전히 음악이 될 수 있다. 육체의 아픔은 그냥 땅에 버려두고 이 순간 난 우주로 퍼져나가는 파동이 되겠다, 좀 더 뛰겠다. 멈추지 않았다. 아픔은 이내 잊혔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졌을 때 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사라졌다. 그냥 이 순간이 영원이 되었으면 했다. 인생에 종료 버튼이 존재한다면, 스스로 누를 수 있다면 그건 지금이야! 더 이상 죽은 채로 살고 싶지 않아! 중요하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에 날 팔아넘기고 싶지 않아! 넘쳐나는 마음도 음악 속에 얹어 보냈다. 다행이다. 나만이 아니라는 게. 이 자리에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라 다행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다시 만나 함께 음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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