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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Jul 26. 2023

행복해?

행복해?

응?

요즘은 행복하냐고.

음... 행복이 뭔데?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뭔가 만족스럽고 뿌듯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설레고. 이런 느낌을 일상에서 느끼고 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

... 그건 너무 외향인의 행복인  같아.  고요하게 잠식된 느낌이   행복하다고 느껴.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산책을 나가. 날은 적당히 맑고 구름도 적당. 햇살이 부신데 너무 덥게 느껴지진 않고.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은 이미  유치원이든 학교든 가고 고요한 어른들만 남아 각자 조용히 집이든 카페든 찾아가고 있지. 그런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듯 지나가. 고요하게. 그렇다고 방음실같이 조용한  아냐. 단지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 배경음으로 적당히 깔려있어. 아침에 창문을   햇살이 들어오는 소리 같은 . , 지금은 모두가 움직이려 하는 시간이구나를   있는 정도의 소음. 하지만   소음과 무관하게 단지 안을 고요히 걸을  있어. 어제 내린 비로  꼬집쯤  자란 화단에 풀을 보고, 작은 폭포에서 물이 바위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어.  좋으면 사람 손이 미치지 않는 공간에 꼬물대고 있는 고양이 친구들도 만나지. 여전히 햇살은 따스해.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아. 그저 도로 배경음으로 생명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흔적만 멀리서   있어. 그래서 외롭게 느껴지진 않아. 이제 들어갈까 하다가 햇살이 좋아서  바퀴 단지를  돌기로 . 단지  공원  카페를 지날  외부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음악을 잠시잠깐 들어. 일부러 그곳을 여러  지나기도 하지.

응? 그래서? 솔직히 이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너무 길게 말했나? 정리하자면 이런 게 나한텐 행복인 것 같아. 아드레날린은 분비되지 않아. 뿌듯함도 없어. 설레지도 않지. 하지만 이런 아침 산책은 무척 마음을 채워줘.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야. 그리고 문득 아, 이런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순간에 갇히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 아! 이게 행복인가? 난 행복하려면 뭔가를 얻고 이루고 인정받고 멀리 떠나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난 단지 안 공원의 아침 산책이 행복인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돼.

그래서 행복하단거지?

뭐 매일 그러겠어, 그냥 재택 할 때 일 시작하기 전 아침산책 한 시간은 적어도 나에겐 행복이란 거야. 더 많은 행복을 바라면 굶어 죽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적당한 선에서 끊어줘야지.

아휴, 넌 너무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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