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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May 15. 2024

꿈이 무엇이었나 과거를 돌아본다. 과학자, 의사, 약사, 수의사, 대체로 성적 추이에 따라 진로희망서에 적어 냈었다. 아, 중간에 도서관장이라는 누구에게 밝히지 못한 꿈도 있었더랬다. 내 이름으로 된 도서관. 명확히 이루고픈 꿈이 있어서 공부를 했냐기보단, 믈론 대입도 있었지만, 대체로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건대 문, 이학 불문하고 재밌는 분야를 두루 공부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국지리, 문과 과목인데도 수학과학적으로 해석을 하면 아주 쉽게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속성에 꽤나 즐겁게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봤었다. 아마 시험시간에 콧노래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생물학, 이건 꽤 깊이 파 들어가서 향후 대학 전공까지 노렸었다. 경시대회도 두어 번 나갔다. 유전학(?) 파트가 상당히 재미있어서 두꺼운 책을 두세 번씩 읽어봤었다.


고전문학, 이건 정말 해본 사람만 아는 재미가 있는 분야다. 암호해독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시대에 따라 달리 사용되었던 단어와 문장의 형태를 익히고 문헌으로 남아있는 고전시가들을 읽고 해석해 나가는 일은 무언가, 알타미르벽화를 분석하는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 들어 수능과 상당히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시내 교보문고에 가서 고전문학 통합 서적을 사들고 올 정도로 지적 희열이 대단했다.


수능 위주의 대입이었던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였지만 꿈이란 단어와 무관하게 두루 즐겼던 학문들, 그게 더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꿈이 뭘까, 난 여전히 꿈이 없는 것 같다. 꿈이 없지만 계속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직업을 만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대작을 쓰는 것이 꿈인 작가들 같이 무언가 대작스런 꿈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시기를 지나 이제 난 그런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변한 게 없다. 학생 때도 지금도, 그저 재밌는 것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힘든 것이 없진 않지만 저울을 달아보면 분명 즐거운 쪽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다. 이 새벽에도 다음엔 무얼 하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꿈을 하나쯤 갖고 싶다. 그냥 욕심 정도의 의미로 말이다. 언젠가 다시 항해를 떠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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