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어른이 된다라는 것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undatable, modern dancer, 월세 압박, 견습 무용단원, 자존심, 소피, 뉴욕,.
월세 내기도 버거운 견습단원의 신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프란시스는 친구 소피와 함께 꿈을 가지고 뉴욕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세계 최고의 모던 댄서,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하는 유명 작가'라는 구체적 꿈을 가진 그녀들, 친해도 너무 친해 보인다. 부부에 가까워 보이는 친밀감과 배려, 두 사람이 함께라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꿈이 비록 허황될지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대개의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그렇듯) 가진 것은 없지만 밝고 명랑하다.
영화는 중학생 때 처음 손에 잡은 지 10년도 더 넘어서야 마침내 최근에 그 끝을 보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와 나의 고전문학 베스트인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닮아있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성장하며 겪는 스스로와 세상과의 갈등, 방황, 이를 통한 성장의 순간이 담겨있다. 이 두 소설의 주인공들보다 나이는 열 살 가까이 많은 스물일곱이지만 아직까지 마음에 10대의 순박함을 가진 프란시스는 주변인, 그리고 자기 스스로와 많은 갈등을 겪어 나간다.
그녀는 인간관계에 대한 그녀만의 바람을 처음 보는 (친하지 않은) 친구 가족과의 식사자리에서 고백한다.
"거기엔 비밀스러운 세계가 존재하고 있어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우리만 아는 세계, (중략) 그게 누군가의 관계에서 제가 원하는 거예요. 인생에서도, 사랑에서도."
사회생활을 해나가며 좋든 싫든 우리는 주변인들과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것은 일종의 어른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룰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숨기고, 주변에 대한 가십거리를 대화의 주제로 삼고, 적당한 미소로, 적당히 거리를 두며 또 사라지지는 않도록, 연락하지 않는 연락처는 교환해두기, 친인척도 예외는 아니다. 프란시스는 이런 어른들의 리그에 들어서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적당히 주변 대화에 맞춰 의미 없는 얘기를 나누다 헤어질 법도 한데 그녀는 굳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강하게 드러내어 식탁을 어색하게 만들어낸다. 대화의 끝에는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보인다. 이게 다 뭐냐는 듯한 표정이랄까?
프란시스는 또한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의식 너머로 공 던지듯 던져버리고 '내 꿈을 위해 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래'와 같은 끝내 쿨해지지 못할 쿨함을 보이며 곳곳에서 자존심을 세운다. 1박 2일의 파리 여행을 신용카드 신공으로 다녀오고 경제적 문제와 여행 빚을 벗겨줄 유일한 방법인 무용단 사무직 자리 제안도 거절한다.
"왜 그래야(사무직을 제안받아야) 하는데요?"
"그냥 생계 수단이지. 안무를 하든 어쩌든 그건 차차 고민하고"
"쉬운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싫어요. 다른 일 있어요. 무용이요."
자신도 돈이 필요하단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일이 없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아니면 어설프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그녀는 끝내 숙식 해결이 어려워지고 부화한 병아리가 다시 달걀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오히려 자신의 꿈에서 완전히 자신을 격리시켜 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그녀의 모습은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비치기보단 어리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댄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직 안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태도로 방황하는 그녀, 파리를 가도 고향을 다녀와도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고 유일하게 기대던 친구 소피마저도 뚜벅뚜벅 자신의 길로 걸어가버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프란시스는 직감한다. 자신이 성장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말이다.
천방지축 거리를 뛰어다니던 프란시스는 이제 정장을 입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 꿈에 대한 무결성의 집착도, 친구에게 기대는 마음도 접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비로소 자신은 낮춰봤던 스스로의 재능으로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란시스 하(Frances Ha)라는 영화의 제목은 자신의 일부를 숨겨야, 혹은 버려야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마지막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편함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 장면을 놓치지 말고 주의해서 보기 바란다.
덧,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다. 스물일곱, 적지 않은 나이의 프란시스가 거리를 말처럼 힘차게 달리며 춤추는 장면이다. 덜컹거리는 화면의 빠른 진행은 프란시스의 자유로운 자아와 거침없는 모습, 그리고 함께 깔리는 배경음악과의 조화는 세상을 향한 그녀의 기백을 거침없이 관객에게 전달하여 보는 나 조차도 젊고 희망찬 그 기운을 온전히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 감히 월터에서 나왔던 스케이트보드 다운힐 씬과 비견할만할 정도로 압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특히나 음악이 좋아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그의 노래다.
David Bowie
영화 'The secret life of walter'에서는 'Space oddity'로, 'Martian'에서는 'Starman'으로 영화 속 감정의 절정을 느끼게 해 준 그의 음악들이었다. 오늘의 영화 프란시스에서는 'Modern love'로 감정을 만개시켜준다. 어쩜 그의 노래들은 이리도 나의 맘을 풍족하게 하는 것인가?! 이 음악을 들으며 프란시스가 어떤 사람일지 추측해본 후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추천한다.
아참, 가장 중요한 것을 얘기하고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이 영화는 흑백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