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가 되고 싶었니?
가수 검정치마를 알게 된 후, 그의 노래들은 나의 힐링 곡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봄, 6년 만에 새로운 앨범-TEAM BABY로 돌아온 그의 노래는 기대했던 대로 약간의 반항과 조소, 그리고 사랑으로 버무려져 검정치마 음악만의 독보적 느낌을 주며 출퇴근길의 힘과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https://youtu.be/uA6qKjrPxg4?list=RDuA6qKjrPxg4
처음 검정치마의 앨범을 구입하여 듣기 전에는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그의 음악을 찾아 듣곤 했는데, 이곳에 올라온 음원은 라이브 공연 녹음파일이 대부분이라 정규 앨범보다 먼저 그가 부른 다양한 노래를 생생한 육성으로 접할 수 있었다. 라이브로 전해지는 노래 부르기 귀찮아하는 듯한, 단어 하나하나의 발음을 대충 하는(듯한) 그의 독특한 창법은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후 CD와 mp3파일을 하나하나 구매하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는 등 난생처음 한 가수에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 라이브 녹음 중 이 노래가 그의 매력적인 창법을 가장 잘 표현해주지 않았나 싶다.
https://soundcloud.com/saebi07/reality
'reality', 노래 자체보다 영화 '라붐'의 OST로 기억되는 곡, 원곡을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일단 이 영화가 내 윗 세대에게 인기 있던 영화이기에 영화를 본 적도 없지만 아래에 나온 장면만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패러디되어 너무도 익숙하다.
이 장면 덕분에 배우 '소피 마르소'와 곡 'reality'는 라붐을 봤건 안 봤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지 않나 싶다. 덕분에 나도 '소피 마르소'라는 이름 하나가 강하게 뇌리에 박혀 주연배우 이름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오늘 이야기할 영화 'Dear me'를 보게 되었으니 대중매체의 파급력이 참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영화는 과거 가장 현명했던 시절인 7세(?) 때의 꼬마 '마그릿'이 쓴 오래된 편지들이 현재 남들이 부러워하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 된 '마가렛'에게 전달되며 겪는 그녀의 요동치는 마음, 인생에 대한 고민, 과거로의 탐색을 보여준다.
"뭐가 되고 싶었니?"
"너 자신으로 살고 있는 것 맞니?"
"행복하니?"
좋지 않은 감정으로 남은 자신의 과거를 완벽히 떨쳐내기 위해 꿈도 이름도 시간 속에 묻어버린 마가렛, 꼬마 마그릿이 보내온 편지들은 심연 속에서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올려 그녀를 괴롭게 한다. 덮어버리려고도 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계속해서 마그릿의 편지를, 그녀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게 만든다.
마가렛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부정한다. 이름을 바꿀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신이 어떤 위대한 인물들을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되뇌며 자신의 모습에 가면을 씌운다. 페르소나, 아마 심리학 용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누구나 만나는 사람에 따라,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써 스스로를 보호해 나간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나무의 색을 따라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처럼 말이다.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양한 가면을, 가면 위에 가면을 쓰며 살아온 주인공이 세월이 흘러 어느새 원래 내 얼굴이 어떤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 날 거울에 보이는 얼굴이 가면인지 자신의 얼굴인지 인식하지 못해 결국 얼굴 가죽을 뜯어버리는 결말을 보여준 다소 끔찍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기억하고 보니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자살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 내용이라고 보인다.
마가렛은 보편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존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끝끝내 그 레이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홀린 듯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내던져 자아를 상실한 노년을 맞이하게 되는, 혹은 삶의 고통을 못 이겨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그런 현대인의 삶... 스스로를 속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사회는, 내가 아닌 직장인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우리 인생의 끝에 얼굴 가죽을 뜯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 내 모습이 진짜 나로 살아가고 있는지, 현재의 내가 보내는 시간이 진정 원하던 내 모습을 향해가는 길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이 아닌 나의 모습에 맞는 '자아실현'을 위한 삶을 살 때 비로소 우리는 각자가 가진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첫사랑 소피 마르소가 성장하여 '멘토' 소피 마르소로 다가온 영화, Dear me. 지금 하는 일이 힘겹게만 느껴진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진다면 무작정 그것을 내가 못난 탓, 혹은 내가 못 버틴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영화를 보며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