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어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앉아

by Hache

10년 전, 그러니깐 서른 살 언저리에는 이맘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려봤다. 2017년이 처음이었고,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됐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환멸이라던지, 반복되는 일상의 버거움, 혼자가 되어가는 일에 대한 고민.


‘아직도 그런 꿈을 꾸세요?‘


입에서 나온 말은 어쩐지 나와 달랐다. 환청처럼 아른거리는 문장이었다. 생기가 다 빠져 메말라있던 정신은 면접장의 습관으로 서른 즈음의 대답을 만들어 뱉어냈고, 상대방에게 여즉 내가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음, 착각으로 생을 연장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열차길은 내내 흐린 하늘 아래를 달린다. 오송역을 막 출발했고, gps가 오작동해 오송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한차례 더 송출됐다. 이미 지나쳐 버렸는데 곧 도착할 거라는 것이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뭐, 그렇게 속고, 또 희망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거겠지. 고장 난 gps 시스템처럼.


열두 해 전, 고향을 떠날 때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확신했다. 열두 해를 지내며 그저 진폭이 넓어진 주기운동일 뿐이었구나 깨닫는다.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길 필요도 없었다. 다 똑같은 삶이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니, 창피하다, 정확히는.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이제 점치지 않겠다. 이번 여름은 어떨까도 멀다. 내일은 어떨까, 정도를 경계 삼아 남은 생을 살아가 보려 한다. 작은 희망도, 큰 절망도 없이, 기상청이 내일의 일기예보를 맞추지 못해도 한 시간 전에 정보를 수정해 맞춘 척 자위하듯 그냥 그렇게. 대충.


매거진의 이전글20260201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