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친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시골인지 어딘지 장소는 불명확했다. 큰 상을 두고 일곱, 여덟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몇몇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만나고 또 대화했다. 역시나 장소는 불명확했다. 조그만 방이었는데 어느새 파주에 있는 영화 촬영용 건물만큼 넓은 곳으로 바뀌었다.
키가 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러니까 10년인가 15년쯤 전까지만 해도 다들 나보다 작았다. 그곳에서 만난 그들은 어림잡아 나보다 한 뼘? 아니, 한 뼘 반쯤은 더 커져서 눈맞춤을 위해 고개를 추켜올릴 수밖에 없었다. 대화하는 내내 그들의 커진 키가 부러웠던 것 같다. 어쩐지 커진 키만큼 미소도 여유롭게 느껴졌다. 그것 역시 부러웠다. 착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생김새도 변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내가 알던 그분이 맞는지 물어보려다 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물어보지 못했다. 그냥 맞나 보다 하고 흐름을 따라갔다. 대화하며 몇 번을 다시 쳐다봤지만 끝내 확신이 들지 않았다.
눈을 떴다.
감각들이 선명했다. 그리움, 같은 것이었나. 올해 1월 들어 자주 이렇다. 죽을 때가 되면 가족 꿈을 자주 꾼다 했던가, 아니던가.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싫어 곧장 이불 밖으로 나와 침구를 정리했다. 깔고 자던 삼단접이식 매트는 습관처럼 한쪽만 접어 벽으로 밀었다. 이불은 각이 맞지 않게 세 번에 걸쳐 반으로 접어 그 위에 쌓아 올렸다. 그제야 싸구려 나무 합판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소파 밑에 넣어둔 털실내화에 발을 집어넣고 창가로 가 커튼을 걷었다. 운 좋게도 빨갛고 둥그런,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일출을 마주했다. 하늘은 청명했다. 밤 새 시선 아래는 온통 하얗게 뒤덮였다. 하얗게 사라진 도시의 풍경에 안심했다. 높아진 만큼 해는 따뜻했다. 꿈의 감각들은 금세 증발됐는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아쉽지 않았다. 그립지도 않게 됐다.
힝쥬 꿈꿨지?
오! 어떻게 알았어?
어제 계속 강아지 쇼츠보다 잤잖아.
음, 그렇네. 넌 꿈꿨어?
응
어떤 꿈?
음… 그냥, 이것저것.
멀리 떠나와버렸다. 어차피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다. 애초에 내 모습이 아니다. 평행우주 어딘가를 살아가는 나였겠지. 도시의 삶이란 그저 이런 일들의 반복. 이것저것 반복만 하다, 그리워만 하다가, 고작 그렇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