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이 사라진다. 얽혔던 감정, 고민들로 고뇌하던 하루가 평온해진다. 아직 튕기기 전 기타 줄처럼, 언제 그리 팽팽히 떨고 있었냐는 듯, 그저 고요하다.
창문을 연다. 새벽 세시. 모두가 고요한 이때에도 창밖의 누군가는 집을 향해, 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어딘가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하나, 또 하나, 둘, 셋. 끊일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 등을 켠다. 라디오 디제이의 음성, 혹은 묵은 담뱃재 같은 재즈선율을 친구 삼아 어둠 속에 홀로 달리고 있을 지나친 다섯을 상상하며 함께 의자에 앉는다.
재즈라던가 그런 고상한 것을 잘 모른다. 우디 앨런의 흑백영화 배경음악으로 깔릴 법 한 그런 클래식하고 묵직한 음악들, 삶의 진득한 무언가를 품고 있는듯한 선율, 음색은 가볍지만 분위기만큼은 심연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음악들. 잘 모르지만 역시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잘 모르지만 역시 좋을 것이 확실한 그런 부류. 아무래도 이젠 틀린 것 같지만.
좀 더 너그럽게 나를 대하고 있다. 해야 할 것보다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에 더 공을 들인다. 도시락 만들기, 안부를 묻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시시콜콜한 것들에 웃고 웃어주고 애써 긍정을 나누는 그런 것들. 1분에 300원을 버는지 500원을 버는지 가늠하지 않고 그저 충실히, 답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숫자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쌓이는 것이 삶인 것 같다. 같다, 그래. 작은 확신이 움트고 있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