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

by Hache

국가의 개가 되어 정기적으로 밥그릇에 담아 주는 사료를 받아먹는다. 사료를 계속 받아먹고 싶다면 목줄을 풀지 말라고 당부한다. 목줄을 풀면 뉴스에 나오는 저 안타까운 개들처럼 된다고 자극적인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사료를 잘 사용해 더 많은 사료를 모은 개들의 모범사례도 끊이지 않고 소개된다.


오랜 기간 목줄을 차고 있던 개들은 이제 막 목줄을 차기 시작한 개들의, 자신들보다 훨씬 적은 양의 사료를 착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계획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자신들은 안 쓰는, 이제는 오래되어 낡은 개장 대여하기이다. 넓은 개장을 다시 쪼개서 더 조그맣게 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이 분통 터지는 '신입' 개들은 '사료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개 집단으로부터 10년 치 사료를 미리 지급받고 내 개장이 아닌 내 개장을 마련하며 새로운 목줄을 하나 더 건다. 목줄 2관왕이 된다. 넓은 개장을 마련했다고 옆 자리 개에게 자랑하고 좁은 개장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아직 목줄이 하나인 개들에게는 목줄을 하나 더 걸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견생의 비법을 전수해 준다.


많은 개들은 여름과 겨울을 틈타 잠시 잠깐 개장을 떠난다. 잠시간 목줄을 풀어버리는 상상도 한다. 행복을 느낀다. 평화를 느낀다. 안녕을 느낀다. 그리고 대개 10일 내에 다시 돌아온다. 개장으로 들어가 목줄을 다잡는다. 2관왕은 두 개씩 다잡는다. 늙은 개들과 사료계를 유지하는 개 집단의 집단의 착취도 영원한 듯 이어진다.


개장이 더 넓다고 자랑질하는 너도, 사료가 더 많다고 우쭐대는 너도, 개장이 싫다는 나도, 어차피 다 개장 속 삶이다. 몸부림쳐봐야 결국 목줄 풀지 못하는 사회의 개일뿐이다.


참 개 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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