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난 소위 '애플빠(애플 마니아)'였다. 아이폰 4부터 10년 이상을 애플 휴대폰을 사용했다. 처음엔 예쁜 디자인 때문에 쓰기 시작했지만 사용할수록 직관성과 우수한 A/S 마인드가 마음에 들어 계속 사용하게 됐다. 그러다 삼성 갤럭시에서 접는 폰(플립, 폴드 시리즈)을 개발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에 끌려 지금은 삼성폰을 약 2년 넘게 사용 중이다.
접는 폰은 혁신적이지만 그 한계가 명확했다. 자연스레 접고 펴다를 반복하니 내부 보호필름이 들떠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갤럭시 제품과 달리 접는 폰의 내부 디스플레이 보호필름은 소비자가 셀프로 교체할 수 없고, 서비스센터에 가야만 교체가 가능하다.
어쩔 수 없는 내구연한 때문인지 내 휴대폰 필름도 얼마 전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연휴를 코앞에 둔 토요일, 시간을 절약하고자 근처 A/S 센터에 8시 20분경에 기다렸다. 9시부터 시작하니까 꽤 서두른 편이었다. 줄을 서 책을 보며 한참 기다리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오픈 시간이 다 되어가던 즈음이었다. 문제는 그때 생겼다. A4용지 사이즈의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보호필름 교체는 토요일에 한 해 예약자만 가능합니다." 정말 당황했다. 그제야 멀리서 다가오던 직원분에게 여쭤보니 마치 그것도 모르고 왔냐는 듯한 냉랭한 응대를 받았다. "제가 안내문을 읽지를 못했네요. 죄송합니다."라고 답을 하곤 조용히 자리를 떴다. 내 상황을 보고 덩달아 따라 나오는 몇 명이 있는 걸 보니 나만 몰랐던 게 아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의 소중한 시간과 A/S 센터의 착한 안내문, 직원의 친절한 응대까지 모든 것이 아쉬움 투성이었다. 필름 교체 경험이 몇 차례 있으신 분들은 아마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내 탓을 했지만 처음 교체를 하는 고객이라면 상당수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과거 아이폰 제품을 사용할 때는 10년이 넘도록 서비스센터를 단 한 번 찾을 정도로 제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물론 뽑기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단 한 번 경험했던 애플 서비스센터의 기억은 수리 기간 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직원의 친절한 응대가 있었고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동일한 제품을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경험 때문인지 평소 많이 쓰던 배려심(配慮心)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져 사전을 찾아보았다.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마음이 배려심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서비스센터는 배려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건 동음이의어 배려(背戾)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배반되고 어그러짐'이라는 뜻이다. 어찌 되었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하나는 있는가 보다.
오늘 내가 겪은 경험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삼성 제품을 만족하며 사용하던 나의 선택이 처음으로 후회가 됐다. "고객을 배려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배려당한다." 삼성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1등 기업이다. 하지만 큰 건물의 붕괴도 아주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고객에게 외면받는 기업에게 미래는 없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흔들리는 고객의 마음을 꽉 잡을 수 있는 배려심,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마케팅이다.
삼성폰을 사용하시는 분들 중 내부 보호필름 교체가 필요하신 분들이 있다면 "토요일엔 꼭 예약" 하시고 가세요.
잊지 마세요. 당신의 오늘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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