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는 확실히 설레는지 아이들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방학 때라 늦잠 자기 일쑤인데 아이나 어른이나 여행은 기운을 내게 하는 비타민 같다. 커튼을 치니 햇살이 장난 아니다. 수영복을 입고 선크림을 듬뿍 바른다. 걸어갈 거니까 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리조트를 나선다.
새벽에 한번 걸어갔다 오니 지도를 펼칠 필요가 없다. 아내와 아이들을 새벽에 본 풍경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바로 옆에 힐튼호텔 앞에 스타벅스를 지나가다 작은 도마뱀을 발견한다. 둘째는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모르는 동물이 없을 정도다. 그걸 어떻게 봤는지 잠깐 앉아서 보고 간다. 파워 J인 나머지 3명은 일정을 빨리 소화하고 싶지만 이번 여행은 그냥 그렇게 자유를 만끽한다. 5분 정도 앉아 구경하다 다시 출발한다.
반얀트리가 있는 쿠로다 필드 공원을 지나가니 역시나 사람들이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걸어가며 사진도 몇 컷 찍으며 이 순간을 기억한다. 11자 상권이 펼쳐지자 아내와 딸은 눈빛이 오늘 새벽 별빛처럼 빛이 난다. 속으로 웃으며 이들을 와이키키로 안내한다.
새벽에 용맹하게 날 사열했던 서빙 보드들은 이번엔 우리 가족을 사열한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천국이 아닐까 생각하며 해변에 진입한다. 와~~~~!!! 여기가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이구나. 탄성을 내뱉는다. 인기 많은 해변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사람들이 많지만 모래사장은 충분하다. 새벽에도 느꼈지만 신기하게 비릿한 냄새가 확실히 없다. 그리고 바다에 이물질이나 미역이 없다. 신기하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 없으니 약간 답답하지만 그래서 더 인기가 많은가 싶다
아들은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 쉽사리 물에 들어오지 못한다. 아내와 딸은 벌써 한가운데 들어가 해수욕을 하고 난 아들을 기다린다. 들어오라고 손짓하지만 망설인다. 결국 발목부터 무릎 그다음에는 허벅지까지 들어오는데 아마 15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한번 들어오더니 이젠 나가지 않는다. 계속 웃으며 좋아한다. 해수면이 완만하고 수온이 적당해서 이곳이 겨울인가 싶다. 1년 내내 20도 이상을 유지하는 하와이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해수욕을 즐긴다.
저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와 멋들어지게 들어선 호텔들, 각자의 이유로 이곳을 방문한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면서 바쁜 일상 속 삶의 여유를 돌아본다. 이런 여유를 갖게 됨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성장 동력을 얻어 가는 느낌이다. 아내도, 딸과 아들도 각자의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 7편에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