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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7)

by 자유 창조

어릴 때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해수욕을 한 적이 있던가? 돗자리도 파라솔도 빌리지 않고 정말 끝도 없이 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챙겨간 비치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숙소로 향한다. 새벽과 낮, 저녁시간대의 와이키키 앞 상권은 확실히 다르다. 해수욕을 막 마친 사람들과 쇼핑과 식사를 하려는 인파가 줄줄이 늘어진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하와이는 그만큼 매력이 있다. 하와이는 신기하게 한국인들은 거의 만나기 힘들다. 동양인은 일본인이 특히 많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많고 옷 가게도 많은 걸 보면 미국은 확실히 개방적인 나라다. 1941년 일본의 기습공격을 받았던 진주만이 이곳 하와이에 있는데도 말이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다 걷다 보니 하드락 카페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하와이 책자에서 이곳 버거가 맛있다고 한 생각이 나서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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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기념품 상점이고 2층이 레스토랑이다. 2층으로 올라가자 장관이 펼쳐진다. 천정에 기타를 가득 매달아 놓았는데 둘째는 기타를 연주해서 그런지 한동안 쳐다보며 즐거워한다. 야외 테라스 자리로 안내받아 각자가 먹고 싶은 버거와 음료, 맥주를 시킨다. 오늘 해변에서 놀았던 얘기들을 하는데 첫째가 평소보다 말이 많다. 너무 좋다고 감사하다고 한다. 아빠에게 사춘기 딸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릴 때는 내가 목욕도 시키고 아빠 바라기였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와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가 보다. 딸바보 아빠들은 이렇게 외로워진다. 이런 오붓한 시간들은 일상생활에서는 솔직히 어렵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해외여행이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끼리 뭉치고 유대감이 더 강해진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버거는 기대 이상의 맛이라 놀랐고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지만 이곳에선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양도 많아서 그런지 든든하고 기분도 알딸딸하니 좋다. 물가는 확실히 비싸지만 이런 분위기와 선물 같은 시간을 고스란히 받았다고 느껴서 그런지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혼자서는 비싸서 못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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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서 각자 씻고 내일 일정을 준비한다. 내일은 빅아일랜드로 향한다. 이곳이 개발된 하와이라면 그곳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예스러운 하와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아내의 추천으로 일정에 들어갔다. 아이들과 아내는 물놀이가 고됐는지 일찍 잠이 든다. 나도 가져온 책을 조용히 읽다가 잠이 든다.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하와이에서 보내는 3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도 난 새벽 4시에 일어난다. 호텔 주변을 걷다가 들어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빅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늦지 않게 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 일찍 잤는데도 아이들은 피곤한가 보다. 깨워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공항까지 택시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여 편하게 공항으로 이동한다. 빅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주내선에서는 캐리어를 개당으로 비용을 받아 공항에 러기지 서비스(luggage service)를 이용해 맡기고 간단한 옷가지만 백팩에 챙겨 빅아일랜드로 향한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빅아일랜드 힐로공항(빅아일랜드는 두 곳의 공항이 있는데 우리가 향한 곳은 동쪽의 힐로공항이다.)은 약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짐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 금세 나올 수 있어 편하다. 이젠 예약한 렌터카를 찾으러 간다. 외국에서 첫 렌터카를 빌리는 거라 약간 긴장했지만 친절한 직원의 응대로 무리 없이 차를 렌트한다. 직원의 센스로 무료로 차를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지프 랭글러 신차를 받았다. 아내가 타보고 싶었던 차라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턴 빅아일랜드에서 2박 3일을 보낸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으러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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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편에서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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