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물놀이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일어나지 못한다. 테라스에서 앉아 챙겨 온 "사장학개론"(김승호 지음)을 읽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한국인 종업인이 이벤트 관련하여 안내 전화가 온 건데 할인쿠폰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어제 체크인할 때도 한국인 안내인이 설명했던 내용이라 두 번 거절하기 힘들어 방문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준비하여 체크인 장소의 한국인 부스로 향한다. 힐튼 호텔에는 체크인 장소에 한국인과 일본인을 위한 안내 서비스 창구가 있다. 영어가 힘든 분들은 한국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한데 한국인 부스가 있다는 걸 보면서 약간의 자부심이 생긴다. 한국인 부스에는 미국에 이민 온 지 30년 되신 중년의 남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안내를 들어보니 결론은 힐튼의 회원제 모집 홍보를 2시간가량 듣고 고가의 3가지 이벤트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혜택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그분의 말솜씨는 대단하다. 친근한 표정과 미소에서 나오는 말솜씨는 일품이다. 우리 부부의 오전 시간을 투자해서 디너쇼와 뷔페, 선셋 요트투어 중에 선택하여 참가할지 아이들이 선택한 관광지를 가는지가 선택지다. 아이들의 표정을 본다. 아이들은 선셋 요트투어가 더 구미가 당기는 거 같다. 결국 우린 부부의 2시간을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들을 숙소로 데려다주고 우리 부부는 안내한 장소로 이동한다. 고층의 약속 장소는 깔끔한 스낵 부스와 안락하고 럭셔리한 소파가 기다린다. 챙겨 온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는다. 그렇게 찾았던 뜨거운 물이 여기 있을지 몰랐다. 정말 땡큐다. 힐튼 호텔 아너 회원을 가입하라는 2시간 이상의 설명을 들어보니 여유가 있다면 가입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결론짓고 가입하지 않았다. 무려 3명의 전문 상담사들이 가입을 종용했지만 그들에게 미안하다. 그렇게 뜨거운 1리터와 선셋 요트투어 티켓을 우리 부부의 2시간과 맞바꿨다.
숙소에 들어와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 날을 시작한다. 요트투어는 4시 45분에 체크인하고 탑승해야 하기에 약 4시간가량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워졌다. 아이들은 호텔 수영장과 해수욕을 충분히 즐기자고 한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바다와 수영장을 오가며 즐겁게 수영을 한다. 렌트를 괜히 했나 싶었지만 중간중간 지인들의 기념품 쇼핑을 하러 다녀왔으니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도 아이들에게 하나씩 사서 먹어보라고 해본다. 너무 맛있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맛이 없을 수 없겠다. 해수욕을 몇 시간째 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말이다. 4시간가량의 해수욕과 수영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씻고 환복 한다.
늦지 않게 요트투어 장소로 이동한다. 40명이 탑승하는 큰 요트인데 한국인은 우리 가족이랑 다른 한 가족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백인 연인, 가족, 부부뿐이다. 친절한 캡틴의 안내를 받으며 우린 힐튼 호텔에서 출발하여 다이아몬드 헤드까지 약 2시간의 투어를 한다. 투어를 하며 버거와 음료(칵테일, 맥주, 콜라, 사이다, 주스 등)가 무한 제공된다. 그동안 난 직업 특성상 온갖 배를 다 타봤지만 이런 럭셔리한 요트는 처음이다. 그래서 진짜 부자들은 요트를 소유하나 보다. 가는 동안 선원들이 기념촬영도 해주고 친절한 설명도 해준다. 영어가 짧은 게 한이 된다. 특히 숨 쉬러 나온 고래도 보고 하이라이트인 선셋을 마주할 때는 탑승객 모두 환호를 지른다. 할리우드 영화의 마지막 환호성을 옆에서 직접 들으니 신기하다.
우리 가족에게 바다 위의 일몰 감상과 고래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아이들 모두 만족한 눈치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 또한 흡족해한다. 우리의 2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오늘 저녁은 그동안 먹어봤던 하와이 음식 중에 제일인 참치 포케를 선택한다. 하와이 전통음식 중 포케는 단연 압권이다. 비릿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맛 또한 정말 훌륭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먹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너무나 만족한 이번 여행 마지막 밤을 보낸다.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역시나 난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곳 하와이의 곳곳을 눈과 마음속에 가득 채운다. 일상으로 돌아와 힘든 시기에 하나씩 꺼내보면 분명 활력이 될 것 같다. 이번 하와이 여행기도 그런 목적으로 일기처럼 쓰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과 저녁, 일출과 일몰을 봤지만 오늘은 아내와 함께 일출을 만끽하기로 했다. 6시가 조금 넘어 아내를 깨워 해변을 가 일출을 본다. 이번 하와이 여행은 모든 게 만점이다. 중간중간 예상에 벗어난 것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더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내 옆에 있고 돌아갈 집이 있으며 모국이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때론 무모한 여행이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고 아이들에겐 더 큰 꿈을 선물해 준 여행이었다. 벌써 다음 여행지에 대해 아이들은 말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형편이 허락한다면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다. 도전하는 자는 때론 실패도 맛보겠지만 가만히 있는 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끝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