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답이다.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말로 ’저질체력 소유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볼품없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떡볶이 소스가 떡과 야채에 착! 흡수된 것처럼 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힘이 빠르게 닳아버리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최고봉은 바로 고등학생 시절 체력장. 그중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출발도 전에 내게 패배감을 안겼고 늘 힘겹게 끝내곤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달리기는 내 운동 찜 리스트에 포함시킬 생각도 없었고, 아니 달리기와 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현재 달리기가 취미가 된 건 나름 놀라운 변화이다. 아마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 본 것 아닐까? 삶의 범주에 없던 무언가가 어느새 일부가 되어 있는 변화 말이다.
달리기는 지난 늦가을 즈음에 누군가의 기록을 보고 감히 호기롭게 덤벼 들었다가 호되게 내 체력에 당하고 며칠 못 가 접었었다. 그것도 뛰다가 죽을 거 같아서 걷고, 또 뛰다가 걷고를 반복해서 겨우겨우 끝냈던 기억. 그러다 시간이 흘러 4월 중순 어느 날 가까운 친구가 달리기 어플인 <런데이>를 소개해주었는데 어플의 도움으로 꾸준히 달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잘 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뛰었다는 기특함과 흉한 몰골에도 잘 집중했다는 약간의 연민이 더해져 성취감이 높았다. 분명 몸 여기저기가 뭉치고 아플 테지만 계속 뛰고 싶다는 흥분이 나를 감쌌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거친 날씨나 몸이 아플 때 외에는 꾸준히 뛰어보자 하고 기분 좋은 목표를 세웠다. ‘오늘 뛰어야 되는데…’가 아니라 몸이 달릴 태세를 갖추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문 밖을 나서서 단 10분이라도 뛰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보니 달리기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오히려 생각이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하며 방해가 된다. 몇십 분, 몇 킬로 달리는 데에 필요한 생각이라곤 어떤 루트로 얼마큼 달릴까 하는 계획 외에는 필요 없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뛸까?’, ‘날씨가 너무 습하니까…’ 하고 생각을 시작하면 집과 내 몸은 혼연일체가 되어 꼼짝하지 않는다. 생각이 출발선에 선 순간 조금 무심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몸은 러닝복에, 발은 러닝화에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에어팟을 귀에 꽂고 뜀박질을 위해 준비해 둔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켜고 문 밖을 나서면 달리기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날의 컨디션을 살피며 페이스 조절 잘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순조로운 달리기를 끝낼 수 있다.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렇듯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습관을 정착하는 것이다. 꾸준히 하기 전엔 내가 매일 5km를 달릴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달리기는 꾸준함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