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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May 01. 2024

한우 안심 다짐육 얼마나 사보셨나요?


나는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여자, 요알못이다. 잘하지 않을뿐더러 요리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에게서 탄생한 음식은 맛도 그저 그렇다.



첫째에게 물어봐도 우리 집 요리사는 아빠고 엄마 음식보다는 아빠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하니 그저 웃을 뿐이다.



이런 요알못인 나에게도 요리에 심취해 있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우리 첫째 딸의 이유식 시즌이었다. 좋은 재료를 사서, 몇 시간에 걸쳐 육수를 내고, 또각또각 칼질을 한 뒤, 불 앞에 몇십 분이고 서있는 일.



사실 이유식은 요리라고 하기도 멋쩍지만 음식 하는 데에 그런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는 게 나에게는 참 대단한 일이었다.






첫째의 중기 이유식을 할 때였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시점이었으므로 나는 슈퍼에 가서 한우 안심을 다짐육으로 주문했다.



정육점 사장님은 열심히 쿵쾅거리며 고기를 다녔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정육점 사장님이 나에게 고기를 줄 생각이 없었다.



나는 물었다.



“사장님 오래 걸리나요? 제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아 거의 다 됐는데, 워낙 양이 많아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나는 의아했다. 왜 양이 많지? 나는 분명 아주 조금 주문했는데… 그리고 곧 내가 사장님께 했던 말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장님, 한우 안심 두 근이요. 다져주세요”

“두 근이요???????? 두 근이 맞아요?”

“(해맑게)네! 두 근이요!”

“아…네 알겠습니다.”



그렇다. 계량에도 서툴렀던 나는 200g을 주문한다는 것을 두 근, 즉 1.2kg을 주문한 것이었다. 사장님은 1kg이 넘는 한우 안심을 무려 10분 넘게 팔이 부셔 저라 다지고 계셨다.



뒤늦게 사장님께 사정을 얘기했다. 사장님은 역시 뭔가 이상했다면서 그래서 재차 물었는데도 맞는다고 해서 어디 요리를 해서 장사를 하나 싶었다고 하셨다.



공교롭게도 다짐육이라 다른 분께 팔 수가 없다고 죄송하다고 하시며 165,600원이 찍힌 금액을 15만 원으로 깎아주셨다.



양은 어마어마했다. 내 손바닥 다섯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였다.





그때 우리 첫째는 계량도 모르는 요알못인 엄마로 인해 뜻하지 않게 소고기 이유식을 오랜 기간 양껏 먹었다. (냉동실에 얼려놓고 처치를 제대로 못해 반 정도는 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주에 시작한 둘째 이유식은 중기에 들어서면 사 먹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벌써부터 나를 말린다. 나도 남편의 말림에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하겠다.



이번 둘째 이유식 시즌에는 내가 또 어떤 실수를 보여줄까? 실수를 연발해도 좋으니 둘째는 부디 이유식을 잘 먹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주부터 둘째 이유식시작했습니다.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책도 읽고 스케줄도 짜보는데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여전히 저는 한 근, 두 근 이런 거 헷갈립니다. 고기가 몇 인분이 되어야 몇 명이 먹을 수 있는지 그런 것도요.  



그래도 남편이 그런 걸 잘 알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당시 충격이었던 실수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되었네요.



혹, 오늘 실수 연발이어도 괜찮습니다.

다음에는 그 실수를 생각하며 웃는 날이 또 올 테니까요.



그럼 오늘도 행복하고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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