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둘째 햇살이와 앉았고, 구름이는 제 친구와 그리고 친구의 딸과 함께 조금 앞쪽 좌석에 앉았습니다.
분명 제주도를 갈 때는 햇살이가 얌전했습니다. 하지만 햇살이도 힘들고 피곤했던 걸까요?
비행기 뜰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중간쯤 지나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짜증은 어느새 외침과 울음으로 커져갔죠.
기내는 참 조용했습니다.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어요. 저녁 비행기라 그런지 여행을 마친 사람들의 피곤이 곳곳에 잔뜩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 적막 속에서 유일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바로 햇살이의 울음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를 안아 얼래고 달랬습니다. 다행히 곧 잦아들어서 잠에 들더군요.
그렇게 비행시간의 절반 동안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착륙할 때도 아이를 안고 내렸어요. 옆자리에 앉히려 했으나 시도했으나 다시 시작된 고성으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일행은 먼저 밖으로 나갔고, 햇살이는 제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제 등에는 백팩, 제 양손에는 제주도에서 수확한 한라봉 봉지가 두 개. 그리고 팔에는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안은 채 모든 짐을 바리바리 들고 겨우 일어나 무사히 비행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 누가 저를 쳐다봤어요. 엄마뻘 되는 어떤 여성분이었습니다.
짐을 좀 들어드릴게요.
수화물 찾는 데까지 가시는 거 맞죠?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등부터 가슴까지 땀에 절여져 온갖 무게에 짓눌려있던 저를 그분이 구해주셨습니다. 한라봉 봉지 두 개를 들어주셨을 뿐인데 저에게는 역기 두 개를 내려놓은 것만 같았어요.
수화물 찾는 곳까지 꽤 긴 거리여서 살짝 민망하고 죄송했지만 그땐 그런 감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어요. 호의를 양껏 받고 충분히 감사를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분은 일행과 대화를 나누면서 중간중건 저를 쳐다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 안다는 눈빛도 보내주셨어요. 중간중간 힘들겠다며 걱정과 격려 어린 덕담(?)도 건네셨고요.
아마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오른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수화물 찾는 곳에 도착했고, 친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화물을 찾은 뒤에는 마중 나온 달님이 모든 짐을 전달받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소위 오지랖이 넓다고들 합니다. 실은 저도 오지랖이 좀 있는 편에 속해요. 그래서 타인의 시선과 참견으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 오지랖과 참견의 시선 덕분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저는 그날, 참견의 따뜻함을 만났습니다. 누군가의 오지랖 덕분에 저는 아이만 안고 편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생각했습니다. 제가 받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전해야겠다고요. 호의를 먼저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요.
그때 저를 도와주셨던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분의 호의가 저를 통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