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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Dec 28. 2023

내 정체성은 작가가 될 상인가?   

자청의 <역행자>를 2번 읽고


<역행자>는 자기 계발에 열중하던 2022년 여름 나오자마자 구매하여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머리가 띵하며 눈이 번쩍 뜨였던 책이었고 읽은 후에도  굉장히 열의에 불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요. 머지않아 이 책은 신선했던 충격만 남은 채 조용히 책장에 꽂혀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친구의 덕으로 역행자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한 번 지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오디오북의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마치 프루스트 효과처럼 잊었던 기억과 감정들이 다시 되살아 나더군요. 다행히 역행자의 내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뇌 어딘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까지 완독하고 나자 더욱더 저에게 걸러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7단계 인생 공략 중 이 4가지입니다.


1단계 : 자의식 해체
2단계 : 정체성 만들기
3단계 : 유전자 오작동 극복하기
4단계 : 뇌 자동화 -> 22 전략 (책 읽고 글 쓰고)



1 회독했을 때보다 강하게 '그래! 우선 이 4단계까지를 잘 밟아 올라가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의 단계인 5단계: 역행자의 지식 / 6단계 :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 7단계 : 역행자의 쳇바퀴는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올라온 이후에 가능한 이야기들로 느껴져 앞 단계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4단계까지 달성하면 저렇게 하면 되겠다는 아웃라인 정도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번에 다시 2 회독을 했을 때 4가지 중에서도 2단계 부분이 제일 마음에 남았습니다.



바로, 정체성 만들기 



자의식 해체 부분은 감사하게도 제가 9년 전 네팔에 다녀온 이후 이미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맘때쯤부터 이전과는 다른 생각의 균열이 일어났고 해체가 되었으며 저라는 사람의 마인드를 재조립하며 성장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 덕분에 나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는 자의식 없이 올곧이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순서가 중요하다고 한다면 저는 2단계를 필히 하고 넘어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그 정체성을 바꿀 '환경' 속에 자신을 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 저자는


1. 책을 통한 간접 최면
2. 환경설계 : 나를 궁지에 몰아넣기
3. 집단 무의식 : 테니스 동호회에선 테니스 잘하는 사람이 왕이다.


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현재 작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습니다. 글로 생각과 마음을 전하며 소통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싶고요. 베스트셀러칸에 제 책이 랭크되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쓴 책이 영화나 드라마화되는 것도 꽤 진지하게 상상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정체성 만들기 1,2,3 모두 적극적으로 해보려 마음먹었지만 2번 궁지에 몰아넣기는 왜 이리 약해질까요?



단적인 예로 브런치에서 연재를 시작하면 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데 자꾸만 망설여집니다. 분명 연재를 하면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될 텐데 그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가 참으로 싫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상황도 못마땅하고요.   



저자는 책에서 목표를 선언하고 못 지킬 시 벌금을 내기도 하는 등 꽤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만 저는 아무래도 벌금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떤 궁지를 선택할 것인지는 사람마다의 성향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신랑과 저만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신랑은 뭔가 목표가 분명하고 본인심한 궁지에 몰렸을 때 초능력이 발휘되는 사람인 반면 저는 심한 궁지에 몰리거나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면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편입니다.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편안한 상태에서 꾸준히 했을 때 오히려 성과가 더 좋았어요.



좀 더 쉽게 예를 들면 신랑은 경쟁하는 게임을 잘하고요. 저는 기록을 달성해 나가는 게임을 잘합니다.


최근 짬짬이 하는 수박게임인데 신랑은 저에게 내기를 해서 본인 최고 점수 4000점을 경신했던 반면 저는 꾸준히 실력을 쌓아 올리다보니 어느순간 7000점 최고점수를 경신했습니다


사람 성향마다 마음의 동기가 발휘되는 포인트가 있으니 어떤 궁지든 간에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환경이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저를 아니까 저와 맞는 궁지로 몰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연재라는 궁지보다는 공모라는 궁지의 방식으로 저를 살짝 몰아넣으려 합니다.



올해는 임신의 변수로 2개 정도 공모전에 응시했었는데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공모하겠다고 이미 몇몇 주변인들에게 선언도 했고요. 생각해 놓은 주제도 있습니다. 공수표 날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진짜 응모해야겠죠?






저자가 말했듯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결국 내가 직접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 정체성 확립에 힘을 써보려고요.  



1. 간접 최면 : 저자의 말처럼 관련 서적 20권에 한 번 도전.


2. 환경설계 : 크고 작은 공모전 10개 응모 도전.


3. 집단 무의식 이용하기 : 글쓰기 모임이나 책 완성 모임 등에도 참여하기. 현재 제가 재밌게 읽었던 책의 작가님이 직접 주최하는 책 읽기 모임에 참석신청을 해 놓은 상황입니다.





우선 해 보려 합니다. 중간중간 끊임없이 자의식과 유전자 오작동이 나를 찾아오겠지만, 계속 헤치고 헤쳐서 내년에는 '작가' 정체성을 더 탄탄히 가져가려 합니다.


과연 내가 작가가 될 상인 지는 내년 이맘때 나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겠네요. 도전합니다.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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