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한 온도 Jan 06. 2024

이런 글쓰기 책은 네가 처음이야!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아은 작. 을 읽고.

글쓰기 책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완독한 책이 총 4권, 읽고 있는 책이 2권이 더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저는 자청의 <역행자>에서 읽은 대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3가지 행동을 하고 있어요.


1. 책을 통한 간접 최면

2. 환경 설계

3. 집단 무의식


이 세 가지를 동시 진행 중인데 그중 글쓰기 책을 읽는 것은 '책을 통한 간접 최면'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제 고민에서 나온 행동이기도 합니다.  



혹시 자청의 역행자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통해 읽어보시길 바라요.


https://brunch.co.kr/@lastnfirst74/82



다시 돌아와서 저는 계속해서 글쓰기 책을 읽고 있는데, 최근에 읽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글쓰기 책은 처음이었어요.





이 책은 <쓰기+작가의 삶+ 출판 생태계>가 아주아주 솔직하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내가 지금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더불어 지독히도 현실적이달까요?



작가님이 에세이 작법에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쓰면 된다.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내 앞에 펼쳐진 삶을 쓰면 된다. 내가 부여받은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면 된다.

솔직함과 디테일.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204쪽)



솔직함과 디테일에 제 마음이 열려서인지

다른 책들이 머리로 '아하!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이 책은 가슴에서 '아... 맞아... 그렇지. 그랬었어..' 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에 당도하는 과정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에 겪은 과정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관계와

끊임없이 거절당해야 하는 심적 고충.

그 모든 내용들이 절절히 제 마음에 꽂혀 날아왔습니다.



특히나 저는 <원고 거절>에 대한 부분,  그리고 <편집자와의 관계>를 묘사해 놓은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는데요. 배우 생활을 했던 제 옛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원고 거절>에 대한 부분은 <오디션에 탈락하는 두려움>으로 <편집자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감독님=연출님과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 편집자와의 일화가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책 속에서 '편집자의 상업성'에 대해 운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당시 작가님이 "편집자들이 자꾸 많이 팔겠단 생각만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K 편집자가 답합니다.



"편집자들은 많이 팔 생각만 하지 않습니다. (중략) 작가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편집자들은 속물적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속물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요."



그리고 작가님이 그 말을 곱씹으며 깨닫습니다.



무서웠던 것이다, 정아은은. 안 팔릴까 봐. 아무도 안 읽어줄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많이 팔리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척했다. (472쪽)



이 부분을 읽는데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저는 배우생활을 했을 때 늘 오디션이 무서웠습니다. 제 연기를 선보이면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났어요. 탈락하면 제가 하찮은 사람인 것 같고, 배우로서 재능이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오디션에 합격해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무서웠어요. 모니터링을 하며 화면 속 제 외모를 보는 것이 어찌나 힘들던지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도 두렵고 연기건, 외모건, 인신공격이건 나에게 달릴 악플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닌척했어요. 상업영화 오디션 자체를 보지 않았습니다. 애써 상업영화를 지향하지 않는 척했어요. 나는 상업이 아닌 고매한 예술을 하겠다며 화면이 없는 연극 속으로 숨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예술인으로 치장했지만 사실은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던 겁쟁이였습니다.






 <원고 거절>에 대한 부분도 와닿았습니다.



작가님은 계속 자신이 쓴 글이 거절당하자, 상담가가 되겠다는 방패를 세웁니다. 그렇게 상담 공부와 글쓰기를 병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상담가가 되기 위해 현재 임시로 알바를 뛰고 있는 게 아니라,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데 그랬다가 계속해서 거절당하고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 미래에 상담가가 되겠다는 명분을 세워놓고 야금야금 글쓰기와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397쪽)


상담가가 되겠다고 우격다짐으로 나를 밀어붙이는 동안 썼던 글은 성격이 달랐다. 써봤자 얻을 게 아무것도 없고 시간과 건강만 버리는 거라고 믿었던 시기였다.

그러니 절대로 쓰지 말자고 결심했음에도 너무 쓰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 쓴 글이었다.

이야기가 몸에 가득 차서 마구 삐져나오는 바람에 받아쓰다시피 해 쓰인 글이었다. (409쪽)



연기를 할 때 저러지 못했습니다. 연기가 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 늘 연기를 달고 살며 어디서든 연습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연기에 대한 마음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연기로 몸이 가득 차지도 않으면서, 오디션에 탈락하는 건 또 두려워하고, 탈락했다는 자체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자존심 상해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노력을 하지도 않는... 와.. 지금 적으면서 보니 배우로 실패할 만했네요.



이 책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과거의 전적이 있는 저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관계의 얽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쓰고 싶은가?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이 역시도 내가 연극으로 도망쳤듯 혹시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자답한 결과 그래도 다행인 건 저에게 글쓰기는 연기와 조금 다른 양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 글을 왜 쓸까요?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 업체가 와서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엊그제부터 이 글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나서 새벽에도 쓰고 젖주면서도 쓰고 이 글을 쓰고 있을까요?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것이 쓰는 사람의 핵심이고, 쓰는 사람의 전부다.(412쪽)



저도 영문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제 안에서는 '쓰고 싶다는 열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 쓰는 마음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써 가면서 그 끝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편집자와의 관계> 에서 꼭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었습니다.



같은 원고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내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출판되지 못한 글 더미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487쪽)


세상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이 있고, 그 모든 사람이 내가 쓴 글을 좋아할 수는 없다.  (488쪽)


W(편집자 W)와 내가 잘 맞는 인간들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W와 나는 비슷했다. 무엇이? 읽어온 책이 비슷했고,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작가 군이 비슷했다. (501쪽)



배우 생활을 했을 때 내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간과했습니다. 더 나아가 내 연기를 높게 평가하는 감독님이 있을 수 있고 내 연기를 하찮다고 여기는 감독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거절이라는 그 하나의 상처에 매몰돼서 미처 다른 이의 시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작가님이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많고 예술은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어떤 편집자를 만냐느냐 어떤 독자를 만나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나와 내 글을 좋아해 줄 수는 없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그저 열심히 묵묵히 계속 써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는 것입니다. 앞으로 내 글을 출간해 주겠다는 편집자를 만나고 내 글을 공감해 주는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고 행운이라는 점을요.



결론적으로 제가 이 책에 이토록 절절히 공감했다는 것은 저 또한 작가님이 써놓은 마음과 생각들을 품고 있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 길을 먼저 가고 그 과정을 쓰라리게 겪은 사람의 생생한 표현들이 제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미리 책으로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실제로 겪었을 때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엄청 재밌는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새벽 수유 때 책을 펼쳤다가 아기가 잠든 이후에도 잠 못자고 읽은 날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 외에 이 책 속에는 제가 언급하지 않은 출판 생태계의 면면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으니 작가를 희망하는 분들께서는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 포함 창작을 하는 모든 이들. 저희 힘내요!  은은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