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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an 25. 2024

내가 벽돌책을 읽었다니.. 독서모임 덕분이었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를 읽고.


올해는 정체성을 '작가'로 두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모임도 그 일환 중에 하나였는데요.


작년에 너무나도 잘 읽었던, 그래서 나도 저런 책을 쓰고 싶다 했었던 도서. <안녕하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저자인 황보름 작가님께서 주관하는 독서모임에 1월 3일부터 참여를 하였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하고 싶었던 마음 한 스푼, 나도 독서 모임이라는 것을 좀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 한 스푼, 작가라면 이 정도 어려운 책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 한 스푼, 올해는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한 스푼.


이런 마음의 한 스푼들이 모여 독서모임에 들어갔고, 드디어 어제 책을 다 읽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했던 책은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입니다.


총 567페이지의 긴 책이었어요. 주말에 서점에 갔더니 인문분야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왠지 저렇게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베스트셀러를 내가 읽고 있다니!! 뿌듯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신랑에게 당당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봐봐! 내가 읽고 있는 책 이거야!!" 하고 자랑을 했습니다.






책은 오우~ 쉽지 않았습니다. 읽으면서 '와~ 아직 나는 책 내공이 많이 부족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페이지가 많다 보니 어떤 부분은 술술 읽혀서 좋았는데, 어떤 부분 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전반적인 영웅 여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명한 영화와 책을 빌려와 영웅의 서사를 알려주고 왜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이야기는 왜 계속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져 내려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지금까지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지 말해 줍니다.


우리 각자는 다 영웅이고 그 영웅 여정의 스토리가 우리 삶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정말 다양한 곳에 영웅의 이야기가 스며 있었어요.


과거 문자가 없던 세계, 인터넷과 디지털 세계, 민주주의의 세계, 정치의 세계, 차별의 세계, 독일과 미국의 딥 스토리의 세계, 기후의 세계, SNS의 세계, 전염병의 세계 등등


다양한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웅의 스토리는 작동되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고요. 때로는 혼란을 주는 나쁜 방향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인간은 그저 절반만 작동되는 잘못된 설명을 견디기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우연성을 견디기가 더 어렵다.
P.85




모든 인지는 혼란스러운 우주에 질서를 가져오려는 시도다.
P.102



저는 늘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왜'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어요. 연애를 할 때도 '이 친구는 날 왜 좋아할까?' 혹은 '나는 왜 이 친구가 좋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때도 '왜'를 던졌습니다.



'나는 왜 여기서 불편한 감정이 들지?'

'나는 왜 강박적인 성격이 되었지?'

'나는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을까?' 등등이요.



이 책에서는 세상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저는 사람들이 이야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요. 도대체 나는 왜 자꾸 상상하고, 스토리를 말하며, 나를 해체하고, 내 생각을 써서 남기는지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조금은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별난 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고 하 얼마나 반가운 소리 던지요.



한 때 나는 왜 이리 생각이 많아서 나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까 생각했었는데 비단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저희가 그냥 '이야기하는 원숭이' 그 자체라 그렇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안심이 들었답니다.






모든 세계들을 다 훑고 지나간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비인간 생명체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이 행성의 주인공이 아니라 사악하고 잔인하며 독선에 눈이 멀고 어떤 공포 영화나 좀비 영화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수십억 생명의 적대자이다. p.533




그러나,



자연이라는 시스템은 영웅 여정을 모르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생태계와 우리를 화해시키는 전 인류의 영웅 여정의 끝에서 영웅 여정 자체를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p.531






말하자면 주인공이 되지 말고 이야기하는 원숭이로 남아있는 것이 좋다. p.537




우리가 주인공이 되지 말고 조연이 되자는 뜻 같았어요. 왜냐하면 영웅=주인공 이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떤 세계에서는 그 무언가가 오히려 나를 해치게 되고 전 지구를 해치게 되고요.



그럴 바엔 주인공을 버리자. 무언가 해야 하는 영웅이 되지 말자. 그래서 자연의 한 일부로 귀속되어 그냥 원숭이, 이야기하는 원숭이 자체로 살자. 그게 지구한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약간 어려웠지만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중간중간에 '맞아! 맞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담론도 있었고, 머리를 한 대 세게 후려 맞은 것처럼 생각이 얼얼해지는 담론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마 독서모임이 아니었과연 완독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네요. 그래서 지금도 아주 뿌듯합니다.



세상이 왜 이러지? 인간은 왜 이러지? 싶을 때 읽어보시면, 세상을 이야기로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



독서모임 감사해요. 오늘도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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