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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r 05. 2018

나의 꿈은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내게 꿈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 꿈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동안 꿈을 꾸기만 하고 사실 생각만 했는데 글로써 표현하고, 내 공간에 남기고 또 내 글을 읽는 불특정 누군가에게 공표하면 사실 스스로 더욱 책임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다. 순전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글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서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타심을 바라는 또 이기적인 바람. 이기와 이타는 맞물려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꿈을 꿈
출처: http://www.dreams.metroeve.com/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려 놓기 전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그렇다면 꿈에 대한 정의가 먼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학을 오기 전 한국에서 살면서 내게 꿈이라는 것은 대부분 직업적인 의미가 강했다. ‘어떤 일을 내 평생에 걸쳐 할지’ 신중히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내게도 수 년동안 ‘꿈=좋은 직업’ 이라는 등식이 성립했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연히 좋은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압박이 늘 내 의식의 기저에 깔려있었다. 좋은 직업이 내게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도 명확히 내리지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그 압박은 자연스레 뚜렷한 목적이나 ‘왜?’ 라는 물음없이 성적을 잘 받고, 불안함에 수많은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하거나 관련 학원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 스스로 묻지 않고 스스로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사회가 요구하는 수많은 것에 압도되다보니 방향성을 잃은채 대학 생활 내내 공회전을 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가면서 그리고 스웨덴에 온 이후로 꿈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 누군가 내게 꿈을 묻는다면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조화시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출처: https://www.adultlearningbcc.ac.uk/


앞서 말했듯 내 꿈은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조화시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생각이 촘촘히 표현된 글이 개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한 영향력이 모여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생각이 표현된 글은 행동을 일으키는 물리적인 힘을 지닌다. 스웨덴에 온 목적은 스웨덴이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향해야 하는 가치들을 잘 실현할 수 있는 나라라 생각했고, 이를 많이 배우고 나누기 위함이었다. ‘복지, 평등, 지속가능성, 민주주의의 가치’를 사회시스템에 잘 녹여 국가를 잘 운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만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여전히 한국에는 스웨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대부분 환상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정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스웨덴 사회 역시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을 둘러싸고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만큼 보다 객관적으로 스웨덴 사회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 나누고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이 사회에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더욱 치열히 공부하고 조사하고 취재해야 할 것이며, 한국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또 다른 나의 꿈은 스웨덴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바라온 이상 사회는 인종, 종교, 성, 국적 등 개인이 가진 다른 배경때문에 차별하지 않는 사회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사회에 닿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을 나누는 것이라 믿어 왔다. 나는 음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 언어, 관습, 전통 등 문화가 녹아있는 총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음식을 나눠먹는 행위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음식을 섭취하기 위한 식사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행위이며, 함께 나눠 먹을 때 우리는 식사의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는 개개인의 일상, 꿈, 여행 또는 정치, 교육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음식을 함께 나눠먹기 위해 모인 자리가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이 장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줌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글로벌 시대에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라도 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자신의 뿌리가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며, 내가 나의 문화를 잘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남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내가 앞으로 살고자 하는 스웨덴에서 나의 정체성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문화를 음식을 통해 나누며 이 곳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다.  



파일럿 실험

실제로 이러한 나의 믿음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음식을 통해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조그마한 기회들을 만들어왔다.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각자가 각국을 대표하는 요리를 가져와 나눠 먹거나, 학교 문화 행사에서 한식을 만들어 맛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설명 해주는 등의 일들이었다. 2년 동안 음식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음식은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고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라는 것이다. 또한,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것은 문화적 체험을 위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방법 중 하나다. 일례로, 매년 내가 참가하고 있는 학교 행사 중 하나인 ‘글로벌 빌리지’는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이다. 나는 한국 학생들과 함께 비빔밥, 잡채, 호떡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시식 행사를 행하며 우리 문화를 소개하곤 했다. 예를 들어, 비빔밥이 한국어로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비벼먹는지’를 다양성과 조화라는 정신으로 설명 해주거나 한국 국수에 숨어있는 장수의 의미를 알려주는 식이다. 또는 서양 국가에서 많이 먹는 팬케익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먹는지 등을 소개하면서 그들에게 익숙한 팬케익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나는 각국의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마다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우리는 ‘식’이라는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동안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활동들을 하는 순간 순간 내가 정말 열정적이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열성을 다해 좋아하는 일이 내게 곧 좋은 직업이고, 일을 통해 나의 자유의지를 발현할 수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자유로워지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연유로 나는 앞으로 스웨덴 사회에 살면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결국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것은 맞물려 있으며, 개인을 이해할 때 우리는 한 사회 더 나아가 지구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기 대문이다. 그 형태가 창업이 될지, 취업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명확한 목표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결국 나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실 불안하고 흔들릴 때가 많지만 이제 나는 첫 발을 내딛었고 나아가야만 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책임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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