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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16. 2018

보인 줄 알았던 본질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뻔뻔한 자기 탐구를 통해 나의 두려움과 대면하고 본질과 조우하다.


뻔뻔한 두 사람의 FunFun 한 만남

나의 '본질',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준 이진재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취업 축하드려요! 브런치에서 글을 팔로우하고 있었어요. 스웨덴을 떠나기 전 혹시 만나 뵙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스웨덴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작정 만나자고 '뻔뻔하게' 보낸 쪽지 한 통으로 '나라는 브랜드 뻔뻔하게 만들기'라는 글을 쓴 이진재 작가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내가 그에게 만남을 제안했던 건, 스웨덴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에 이르기까지에 걸친 그의 여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으로 오는 한국인도 별로 없거니와 특히 석사 프로그램이 아닌 '하이퍼 아일랜드'라는 직업학교를 선택한 그의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우리는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한 Espresso House(에스프레소 하우스)라는 카페에서 첫인사를 나누었고, 뻔뻔한 두 사람은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잊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피어나갔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한 번의 만남은 서울에서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나는 오늘 이진재 작가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뻔뻔하게 그의 글을 모티브로 나를 한 번 '뻔뻔'하게 브랜딩 해보고자 한다.




이진재 작가의 '나라는 브랜드를 뻔뻔하게 만들기' 글에 따르면 브랜드는 뚜렷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들인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편 브랜딩은 내가 상대의 마음속에 남기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위해 일관된 메시지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꾸준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즉, 브랜드는 완료된 형태'이고 브랜딩은 '진행형'인 것이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도 마켓 4.0 책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기 위한 일련의 모든 활동을 행하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그런데 그럴싸하게 흥미로워 보이는 이야기를 포장하여 브랜드라고 주창한다고 해서 모두 브랜드 자격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창조해 전달하는 것 아닌, 브랜드에서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오오오력을 해왔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진정성'이 핵심인 것이다.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출처:이진재)



그렇다면 '나'를 브랜딩 하는 '셀프 브랜딩'은 기업의 브랜딩과 많이 다를까? 사실 '셀프 브랜딩'은 더욱 심플하다. 첫 째, 내가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분명히 하고 그것을 '왜' 지키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나'라는 브랜드)를 규정짓기 위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나'라는 브랜드를 상대의 마음속에 남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꾸준히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셀프 브랜딩'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셀프 브랜딩'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인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소개하며, '나'라는 브랜드의 목적을 찾고 나의 진실된 이야기를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그 4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나를 발견하기

2. 나를 정의하기

3. 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찾기

4. 나의 이야기를 알리기

 



1. 나를 발견하다 - 당신의 인생에서 삶의 분기점이 되었던 결정들은?
정말 많은 방황을 했다. 아프니까 흔들리니까 청춘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나의 지난 9년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정말로 많이 방황했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우쳤다. 아프고 흔들리니깐 청춘이라고 하지만 너무 흔들려도 많이 흔들렸음을 이제야 인정한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스웨덴으로 석사 유학을 가기까지 모든 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결정했던 일들이었다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뼛속 깊이 '이 결정을 왜 했지?'라고 되묻고 또 되묻고 내린 결정은 많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호기심과 흥미/재미에 이끌려 관광을 공부하고, 여행과 문화 교류에 미치고, 영리를 추구하기보다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며 비영리 기구에 어기적대기도 했으며,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에는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까 두려워 코딩도 배웠다. '왜?'에 대한 물음이 제대로 서지 않으니 밖에서 중요하다고 주입되던 것들에 비판적 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휘둘리기만 했었다.




무엇을 행했는가?(What)
나를 규정짓는 주요 키워드를 찾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년 간의 방황 속에서 내가 꾸준히 그리고 많은 애정을 담아 행했던 일은 있었다. 관광(여행), 문화 교류 그리고 나 스스로 '플랫폼'이 되는 일이다. 한국인이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고 싶어 여행을 하였고, 보다 더 깊숙이 그 지역사회를 들여다보고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문화를 먼저 나누고, 그들의 문화를 배웠다. 그리고 전 세계 어디 있든 간에 나 스스로 '문화 플랫폼'이 되어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다른 문화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그것을 행했는가?(How)
문화 교육봉사, 카우치서핑(폴란드)
스웨덴 김밥 워크샵, 리투아니아 Korean Food Festival


'여행'을 좋아해요 라고 말한다면 그 역시 너무나도 뻔한 주제일 것이다. 이 세상에 '여행'에 미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여행을 할 때마다 단순히 관광객이나 여행객이 아닌 그 지역 주민이 잠시라도 되어보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나는 매 여행 때마다 여행객과 현지 주민을 연결해주는 '카우치서핑'이라는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낯선 외국인 집에서 생활하고자 노력했고, 국내에서도 외국인 친구들과 다문화 봉사를 함께 하며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고자 노력했고, 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자 했다. 마음이 닫힌 친구들을 만날 때나 교류의 기회가 없을 때에는 직접 내가 이벤트를 기획하며 전 세계 친구들을 연결하고자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리투아니아와 스웨덴에서 문화 교류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거나 문화와 관련된 발표에 참가한 경우가 이에 해댱된다. 기회가 없으니, 나 스스로 문화를 공유하고 우리가 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련의 경험들은 교류의 접점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과,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었다.



나는 '왜' 그것을 행했는가?
출처: Stephen Whitehead

전형적인 한국의 모범생으로 줄곧 살아오다 22살 때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나는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늘 바쁘고, 경쟁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너무나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을 너무나도 크게 키워버렸다. 그 두려움은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고, 이 동경을 바탕으로 나는 전 세계를 여행하고자 노력했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또 찾았다. 한국적인 사고와 라이프스타일만을 고집하거나 답습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배경이 달라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평등하며 소통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연스레 이런 긍정적인 경험은 나만의 작은 유토피아를 꿈꾸게 했다. 그 누구도 인종, 성별, 나이, 취향, 장애, 국적 등 특정 사람이 지닌 배경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다. 적어도 내 삶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세상.




매력적인 이야기 만들기

나는 어떤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은 사람일까?


지난 9년여간의 산만한 여정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래도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해왔던 일련의 활동들이 결국 '소통'이라는 핵심적인 가치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그렇가면 '소통'을 가장 편안하고 즐겁게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게 있어 그 방법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먹은 행위는 우리 일상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이자,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사회적 행위이기도 하다. 또한 음식은 인간의 가장 기저에 깔린 식욕을 자극하고, 오감을 만족시킨다.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 음식은 한 문화권의 관습, 언어, 역사, 지리적 요소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식성이나 취향을 반영하가도 한다. 음식 하나가 문화적 총체인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를 마련하고 싶다. 그 자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내 이야기를 먼저 공유하고, 낯선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야 말로 내가 꿈꾸는 사회에 다가가는 첫걸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피와 모험이라는 애매한 경계에서 길을 찾던 나. 내가 자라온 한국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방황은 참 길었다. 이 방황의 시간을 지나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이 시간을 달려 나는 좀 더 관대한 사람이 되었다 생각한다. 전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조금씩 확장했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는 점에서 나는 한결 유연해졌다. 그리고 환경에 상관없이 ‘나의 삶’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한다.


결국 지난 시간들은 세상과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고 그 시간 자체가 내가 되었다. 이제 나는 전 세계 어떤 사람을 만나도 먼저 악수를 청하고 그 사람의 언어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먼저 대화를 걸고 나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장착했다.



뻔뻔하게 전파하기


사실 이 부분은 아직 미완성이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에서야  뻔뻔하게 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나를 알게 되었고, 내가 어떤 삶의 가치를 지향하고 실현하고 싶은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셀프 브랜딩'을 위해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들을 뻔뻔하게 기획하고, 실천하고, 알려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국내를 넘어 다른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뻔뻔하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은 무엇이 있을까?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가장 도달 범위가 넓은 수단은 온라인 채널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고, 1인 미디어 채널로 유명한 유튜브가 될 수도 있으며,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 막 Koreainabowl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여 나의 정체성의 가장 큰 축인 '한국/한국인'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발굴하는 것은 나의 숙제다.



길고 긴 유럽 사회에 대한 동경을 끝내고 스웨덴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처음으로 나를 탐구해보았다. 그 탐구 과정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진정한 내 목소리인지 아닌지 분간하는데 스스로 의심부터 들었다. 이틀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지난 타임라인을 그리고, 내가 한 결정에 대한 타당한 이유들을 기억해내고, 페이스북이나 일기장을 뒤져가며 그 당시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회고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흩어졌던 기억의 조각들과 의식의 흐름들이 조금씩 퍼즐을 맞춰나가며 두려움에 휩싸여 내린 결정들과 내 진심과 사랑을 담아 내린 결정들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야 '셀프 브랜딩'을 하기 위한 기초를 닦은 것이다. 사실, 여전히 내가 나 자신의 본질을 깨우쳤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두려움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강인함을 주었고, 나와의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도 않고, 나의 두려운 모습도 대면하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싶다.


아프니까 청춘인 모든 청춘들, 나와 같이 흔들리며 꽃을 피우길 기다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뻔뻔한 탐구' 가 그들에게도 자신 내면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촉발제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이번 자기 탐구를 통해 조금은 진정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 기쁨을 함께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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